몇년 전, 어느해였을까
이른 봄 어느날, 혼자 덕수궁을 찾았던 때가 있었다.
석조전 앞에 섰을때 석조전 앞 살구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아~~ 정말 예쁘다.
날씨도 화창해서 꽃잎들이 빛이 났고 떨어진 꽃잎들은
이리저리 바람에 흩날리며 또한 예쁜 광경을 보여 주었는데..
그 후로 잠시 살구나무를 잊고 있다가
지난 해 겸사겸사 덕수궁을 찾았더니 벚꽃은 한창이고
살구나무꽃은 이미 다 져버렸었다.
내년엔 좀 더 일찍, 벚꽃이 피기 전에 와야겠다 다짐하고 돌아왔다.
올해 봄날씨는 제멋대로다.
봄이 왔나 싶은데 이쪽은 아직 추워서 겨우 산수유와 매화만 피었고
미세먼지 핑계대고 나들이도 안하던 중
뉴스를 보니 아랫쪽은 모든 꽃들이 한창이라고?
주일에 버스 타고 가다 보니 진관동 벚꽃은 아직 먼듯해 보이는데....
벚꽃보다 2주 전쯤 살구나무꽃이 피는것 같으니
그럼 살구나무꽃도 다 피었나?
화요일(3월 28일)
교회 여전도회 총연합예배가 있는 날
교회에서 예배 드리고 점심 먹고 약속한 삼송 김권사랑 만나
걸어서 덕수궁까지 갔다.
입구부터 보이는 능수벚꽃이 그 꽃잎을 벌써 떨구어 내고 있어
예전의 그 화려함을 잃어 버렸다.
그래도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석조전 앞에 갔더니
아주 조금의 꽃잎들만 가지에 붙어 있었다.
일주일 전에 왔었어야 하는건데 아쉽다.
내년을 기대해야 하나?
덕수궁은 그 아늑함을 잃어가고 있다.
너무 허전하고 비어 있는 느낌이 든다.
왜 이렇게 관리를 안하는거지?
덕수궁 다닌지 70년이 넘는데 올해 더 황량해 보이는건 나이탓일까?
잠시 앉았다가 이야기 끝에 북한산 스타벅스에 가기로 하고 일어섰다
소문으로 난리가 난 그 스타벅스에 가기 위해 남대문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여를 달려 북한산성입구에 내렸고 근처 스타벅스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빈 정원부터 시작해서 루프탑까지 올라가 보았다.
옥상에 올라가니 북한산 큰바위가 코앞에 있네
북한산쪽으로 큰 카페들이 많이 있는 중에 두,세군데 다녀 봤지만
이렇게 북한산 바위를 마주하는 곳은 처음이다.
인증사진만 찍고, 차를 마실게 아니라 시간도 시간이니 밥을 먹자해서
큰길로 나오다가 만난 우동집, 육개장과 우동을 시켜 정말 잘 먹었다.
거기서부터 우리집까지는 걸어서 삼십분 정도?
버스 타자는 내 말에 기운 많은 김권사가 걷자고 해서 또 걷기
집까지 오니 만사천보를 걸었다고 휴대폰이 알려 준다.
다시 지축역까지 걸어 버스로 삼송까지 간 김권사는 더 걸었을 터
안마기 돌리면서 졸다가 일찍 잠이 들어 버렸고
다음 날인 어제도 피곤이 덜 풀렸지만 그래도 한시간 또 걸을 수 있었으니
내년에 살구나무꽃이 필때는 꼭 다시 덕수궁에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
이만큼만 건강을 유지하면 잘 다닐 수 있겠다는 안심도 된다.
하지만 내일일도 모르는 나이,
꽃이 나를 기다려 주려나?~~~~
나를 기다리지 않는 것이 어디 꽃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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