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그렇게 갔다.
이번 3월은 너무 잔인하게 나를 몰아치고 갔다.
그냥그냥 대충대충 이렇게 살면 오죽 좋을까?
생각과 상상과 회환과 분노와 서운함과 서러움과 낙심과 절망까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수 없는 생각의 늪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고난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주님에 대한 첫사랑을 회복할 즈음
3월 25일에 조카 기성이가 망막 수술을 하게 되었다.
당뇨합병증(본인은 당뇨인줄도 몰랐다고) 때문에 망막안의 핏줄이 터지고
그 때문에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아 망막속의 피를 긁어내는 수술.
이전의 시력을 회복하게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24일에 입원시키고 교구전도사님과 구역장님 함께 예배도 잘 드리고
그동안 혈압, 당뇨수치 잘 조절해서 25일에 수술하고 26일에 퇴원이 순서였다.
25일 내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30분쯤.
어제까지 말대답도 잘하던 조카는 이상하게 말을 못하고 아니 안하는것 같았다.
왜 말을 안하니? 채근했지만 귀찮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길래
다른 기분 나쁜 일이 있나보다....하고 12시 30분쯤 수술실로 올라갔다.
오후 3시쯤에 수술을 끝낸 조카가 내려왔다.
안과수술은 잘 됐는데 신경과 검사를 해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
왜요?
말을 잘 못하네요...
그럼 의료사고인가? 아님 인슐린 쇼크인가?
기성이는 말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는 상태....
검사를 위해 CT부터 찍기로 하고 싸인했는데 그때부터 뭐가 뭔지 정신이 없다.
CT상으로는 출혈여부를 확인하는데 다행히 출혈흔적은 없고
다시 MRI를 찍어야 한다고 한다.
한밤중에 찍은 MRI의 결과는 뇌경색...왼쪽의 언어랑 연결된 혈관이 막혔다고 한다.
둘째언니의 남겨진 아들.
두 아들 중 막내는 20년전에 미국으로 이민가서 뉴욕에 살고 있고
기성이는 언니 돌아가신 후 정말 홀홀단신이 되어 살아왔다.
형부는 막내가 태어난지 20일도 안되 돌아 가셨고.
어쩌다 보니 결혼도 못하고 소극적 성격때문에 별 친구도 없이
언니 생전에는 직업도 안 갖고 엄마옆에서 빌붙어 살아 왔는데
언니가 돌아 가신 후에 누구의 간섭도 없이 혼자 맘대로 살고 있어
몇년전에 교회에 등록시키고 교육도 받게하고 세례도 받게 했던 터.
하지만 고집도 세어서 내가 잔소리 해도 들은 척도 안하고
그저 주일에 교회 마당만 밟고 다닌 선데이 크리스천이였고
자기 생활에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하며 살지는 않았다.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나와 내 남편에게 잘못이 있다.
남편이 조언을 잘못해서 일을 그르치게 만든 일(직장일)과
경제적으로 언니네를 힘들게 한 일....
그 여파가 십여년이 지난 후에 이런 결과를 가져 온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인데 정작 일을 그렇게 만들었던 사람은
전혀 그런 인식도 없이 살고 있는 것에 마음 저 밑에 또 다른 분노가 인다.
새벽에 기성이는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옮겨지고
밤새 한숨도 못잔 나는 계속 얼이 빠져 버렸다.
전날 부탁해 놓았던 간병인이 오전에 도착하고 그때부터 병원 출근하기.....
자기 몸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살아서 혈압, 당뇨, 혈관 등 계속 관리를 해야 한다.
그나마 혈관이 터진게 아니라서 수술은 안하고 약물치료를 하기로 했다.
막힌 혈관이 언어기능과 직결된 곳이라 언어장애가 왔다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글쓰기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매일 병원에 다니며 보호자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혼자인 기성이에게 병원비나 앞으로의 생계비를 보조 받게 하려고
여기 저기 서류를 알아보고 제출하고....
그 일이 그제 31일에 끝났다.
이제는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를 바랄수 밖에 없다.
앞으로 언어장애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좋아질수는 있을지,
혼자 생활할 수는 있을지, 등등 모든건 미지수이다.
머리는 머리대로 아득하고 가슴은 가슴대로 눌려서
잠을 자도 잔것 같지가 않고 입안에서는 계속 쓴물이 올라와
먹기는 먹어도 맛으로 먹는게 아니고 살려고 억지로 먹었다.
앞으로의 일은 내가 할수 없는 일이니 염려하지 않아야 하는데
연약한 사람이니 걱정 안할수가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 맡기며 기도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동안 봄은 무르 익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까지 환하게 피었건만
꽃을 보아도 별로 감흥이 없어 저게 뭘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니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이제 오늘에야 벚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3월 28일 세브란스 병원 공연을 성황리에 끝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의 공연은 전문가들도 일년에 세번 밖에 할수 없다고
담당자가 고자세로 말했다는데 우리의 공연이 끝나고 갔더니
부드러워진 담당자가 남은 두번의 공연 날짜를 빨리 잡으라고 했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거워하고 눈물도 짓고 춤도 추었던 멋진 공연.
하나님이 우리의 노래에 날개를 달아주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4월 11일 선릉역
4월 18일 한양대병원
4월 25일 명지병원(무대와 음향시설이 새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일정이 잡혀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므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므로 할 수 있는 공연이다.
4월이다.
원래 4월이 잔인한 달이라 했는데 내겐 3월이 잔인한 달이였다.
4월은 우리 모두에게 기쁨의 달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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