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을 보러 다니는 기간중 금요일쯤 되면 체력이 바닥나곤 한다.
원래 약속은 월요일 금요일 오전에는 교회 가는 시간이 바쁘니까
일주일에 두 날은 즈네들이 해결하라고 했었는데 그럴 형편이 안돼서
꼬박 닷새동안 아침 저녁으로 애들을 보내고 받고 때로 저녁준비도 해야 하니
아침잠 제대로 못자고 저녁에도 피곤해서 금요일에는 더 힘들어진다.
화요일 목요일에는 내 시간이다 해서 외출도 하긴 하지만
그 시간을 쪼개 구역식구들도 돌아보고 이러저러 쉴 틈이 없다.
김장은 다음주 금요일에 배추가 오기로 되어 있어서 다음주도 바쁘겠다.
헌데 오늘 큰애가 양도해 준 티켓으로 고흐전에 다녀 왔다.
혼자서 낭만적인 가을을 즐기고 싶어 미리 티켓을 끊어 놓았다가
사위의 입원 하율이의 수족구 등등으로 외출할 시간이 없어
할수 없이 내게 양도한 티켓이였다.
고흐전은 내년 2월 말까지이지만 끊어 놓은 티켓 유효기간이 11월 30일...
덕분에 한가한 토요일 혼자서 고흐전에 다녀올수 있었다.
고흐의 진품그림들은 없고 고흐의 작품들을 영상화하고
그 영상속의 모든것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동작을 입혀서 보여 주었다.
전에 숙희랑 전시회에 가서 보았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기에
오늘의 전시회는 좀 아쉬운 점이 많았다.
고흐를 그냥 상업적이고 천재적인 화가로만 부각시켜서
그의 작품의 진정성을 빠트리고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을 이야기하므로
작품속에서 고흐가 하려고 했던 것들이 퇴색되어져 버렸다.
그가 왜 파란색과 노란색에 집착했는지....
그가 말하고자 했던 그림속의 표정은 무엇이였는지...등등...
마침 오늘 성서학당 공부에서 고흐에 대해 다뤘기에
고흐의 그림을 정말 천천히 보고 싶었었는데
그림속의 인물, 나무, 새, 꽃 모두가 움직이는 바람에
깊은 교감을 나눌수가 없어 아쉬웠다.
고흐의 신앙적인 정직함과 그로 인한 세상과의 갈등,
때로 말씀에 부딪쳐서 고뇌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학
그리고 세상 가운데서 외면당하며 짧은 생을 마친 불행한 삶.
그의 그림속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표현들을 알기 힘들지라도
그림속에 녹아져 있는 그의 열정과 고민과 사랑..들이
불행한 그 삶과 불행하고 미스테리한 그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고흐전을 보고 나서의 그 아쉬움때문에
전시가 열리는 전쟁기념관을 그냥 나오지 못하고 둘러 보았다.
애들 데리고 와서 찬찬히 보여 주면 공부가 될것 같은 곳....
휙~ 한바퀴 돌아 보고 돌아 온 토요일.
팝송중에 내가 좋아하는 곡이 바로 고흐를 노래한 "빈센트" 다.
영상그림이라 사람이 있다가 없다가.....
전쟁기념관로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