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를 쓰려니 참 쑥스럽습니다.
이 나이에 말입니다.
2007년 3월 21일에 한 사내놈이 태어났습니다.
이 놈은 뱃속에서 만들어질때부터 엄마를 심하게 괴롭혀서
다섯달 이상을 제대로 먹지 못하게 입덧으로 고생을 시켰습니다.
그나마 지 엄마의 엄마가 만들어 주는 음식은 제법 소화를 시켰지요.
형에 이어 이 놈도 수술로 세상에 나왔는데 수술 후
엄마가 갑자기 잠간 위험한 과정이 있었고 급하게 가서
간절히 기도한 후 신앙안에서 잘 키워야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내 둘째딸의 둘째놈 성연이 이야기입니다.
또...성연이???.....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워낙 성연이와 이 외할머니와의 관계는 유별났기 때문이지요.
몸이 약한 딸인지라 성연이는 늘 외할머니랑 놀았고 자랐습니다.
헤어질때는 한바탕 울든지 아니면 온갖 거짓말을 해서 헤어져야 했었고
우리집에 왔다가 갈때는 뒤돌아 보며 울고 집에가서까지 울던 놈입니다.
친할머니한테는 형아할머니라고 아주 대놓고 말하고
나는 지할머니라고 해서 가끔 안사돈한테 미안하기까지 했었지요.
사랑은 변하다지요?
성연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조금씩 변하는 듯 했습니다.
조금씩 성장하는 걸 이렇게 표현하는겁니다.
어린이집에 친구도 생기고 좋아하는 여자애도 생기고...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만날때마다 사랑을 고백?하곤 했습니다.
지난번 언젠가 들으니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이 성연이한테 물었답니다.
성연이는 누구랑 결혼할거니? 선생님이랑?...등등
성연이 대답이 걸작입니다.
"이담에 골를거예요"
선생님들이 엄마한테 말해주면서 어린이집 선생님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답니다.
며칠전
어린이집에 다녀온 성연이에게 물었습니다.
"성연아, 너 이담에 누구랑 결혼할거야?"
"비밀이야,...음 나중에 고를거야"
"야! 너 그전에 할머니랑 결혼한다구 했잖아?"
"내가 언제"
"너 잊어 버렸어? 할머니랑 결혼한다구 니가 그랬어~~~"
성연이는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마지못해 대답했습니다.
"알았어. 할머니 골를게"
"너 약속했다~~~"
성연이가 어릴때는 늘 그랬거든요. 할머니랑 결혼한다구.....
그리고 바로 어제
난 다시 성연이에게 물었습니다.
"성연아. 너 할머니랑 결혼할거지?"
"음.....나중에 골를거야"
"너 저번에 할머니랑 결혼한다구 약속했잖아!!!"
내 기세에 눌렸던지 성연이는 곧바로
"알았어. 할머니 골를게"
"그럼 확실히 사진 찍어놔야겠다." 하면서
내 폰의 동영상으로 나는 성연이의 확실한 언약을 찍어 놨습니다.
잠시후
내 등뒤에서 무거운 목소리로 성연이가 하는 말
"내가 커지면 할머니는 죽을텐데..........."
으윽!!!!!!
충격으로 딸과 나는 십분이상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어댔습니다.
"야 할머니 안 죽어 너 커져두 안 죽을거야!!!"
그랬더니 머쓱해진 성연이의 마지막 말이 참 묘~합니다.
"참, 예수 믿으면 죽었다가 부활한댔지? 알았어 할머니"
여섯살짜리 성연이와 예순다섯살짜리 외할머니의 사랑은
부활의 사랑으로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사랑 이야기 끝까지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사랑 성연이의 언약도 한번 꼭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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