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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다시 또 시작하는 몇가지......세번째(딸들의 반란)

 

봄바람치고는 바람이 차갑다.

내일 부터는 바람이 잦아 들고 햇볕이 따뜻해진다는 예보가 반갑게 기다려진다.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의 소식으로 하루종일 바쁜 이 주간

나도 서서히 더 바빠지고 조금씩 피곤이 쌓여 가는 듯 하다.

 

큰 딸 라미는 7살짜리 하형이와 4살짜리 하은이를 키우는

서른아홉의 그리 젊지 않은 아줌마로 2월부터 하은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지휘자공부를 하겠다며 야심차게 등록을 하였다.

그동안 성공적인 다이어트로 몸매도 날씬하게 만들었다.

 

작은 딸 유리는 7살짜리 호연이와 5살짜리 성연이를 낳고 기르는 중

몸이 약한 탓에 계속 병원을 들락거리다 작년에야 제법 건강을 회복해서

올해부터는 날개단 듯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할 계획이였다.

 

3주전, 낮시간에 작은 사위 영욱이가 전화를 하였다.

"어머니!, 소식이 있어요" 

"응?"

"어머니!, 유리가요 셋째를 가졌대요. 기쁘시죠?"

"뭐라구?, 아니 이런, 엉?"

"기쁘시죠? 네? 기쁘시죠?"

"어~ 그래 기쁘다. 어 그래...."

"어머니 오늘 저녁에 저희집에서 축하파티해요. 오세요"

 

전화를 끊고 났는데 머리가 띵~하다.

애기를 또 낳는게 유리한테 괜찮은건지 먼저 걱정이 되고

아니 어쩌다 쟤들이 셋째를 갖게 되었는지....원 참 내.....

 

전혀 계획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는데야 뭐라 할말이 있을까?

건강이 허락한다면 넷은 못 낳겠냐만은 꼭 수술로 분만해야 하는데

그 과정들을 또 겪어야 할걸 생각하니 기쁜 마음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유리도 생각지 않은 선물에 눈물께나 흘렸다나?

 

어쨌든 그날 저녁 라미네 식구들까지 불러 거~한 축하파티를 열었다.

어쩌다보니 라미는 유리가 먼저 애를 갖고 난 후에 임신을 해서

동생 샘내서 애를 낳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녁을 먹으면서 강조를 했다.

"너 또 동생 따라서 임신하면 안된다"

"엄마! 우린 절대로 그럴일 없으니 안심하세요"

 

다음날부터 입덧이 심한 유리네 출근이 시작되고 

애 둘 건사하랴 입덧하는 마누라 건사하랴 영욱이까지 힘든 날들이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 아침 교회에 가고 있는데 라미가 전화를 했다.

별 볼일 없는듯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임신을 했다고 한다.

"뭐?....."

버스안에서 하는 통화라 큰 소리는 못내고 나는 또 머리를 얻어 맞은듯 멍~해졌다.

"너 아니라고 하더니 왜 그랬어?"

"어쨌든 축하한다. 잘했다. 유리만 셋째를 가져서 좀 서운했는데 잘했다 잘했어..."

 

라미네도 계획한 게 아니라는데 어쩌랴?

큰 사위 제준이는 영욱이보다 더 좋아하더란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에 유리네는 빼고 라미네 가족과만 또 아이스크림케이크를 먹었다.

라미는 서른아홉이란 나이가 좀 걱정이 되나 

자연분만하기도 하고 원래 건강하기도 하니까  괜찮겠지.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기며 기도할 밖에..... 

 

이제 겨우 애들에게서 벗어나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수 있다라고 했는데

셋째한테 모든걸 양보해야 하니 두 딸들이 안됐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날부터 나는 정신이 나간 듯 들어간 듯 그렇게 지내고 있다.

밥 못먹는 유리네 가서 밥 먹는 식구들 챙겨줘야 하고

어쩌다 라미네도 가서 좀 거들어 주기도 해야 하고

교회에 가야 하고 치과에도 다녀야 하고 병원심방도 가야 하고

지도자반 숙제도 해야 하고 구역예배도 드려야 하고.......

갑자기 많아진 일들 때문에 항상 머리가 띵~~한것 같다.

 

그래도 혼자 있을때는 괜히 웃음이 나고 실실 웃기도 한다.

걱정도 많지만 올해의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계획이라 생각하니 기쁘다.

누가 짐작이나 했으랴?

내 손주가 여섯이나 될 것을........

둘째들을 낳고 나서 너희들 셋째 낳으면 나는 미국으로 도망갈거야...했는데

막상 손주 소식을 들으니 나는 로또에 당첨되어 부자된 듯한 느낌이다.

 

10월부터 11월 사이 한달동안 나는 두 손주를 보게 된다.

해산도우미의 막중하고 힘든 일과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는

두 손주들의 뒷바라지가 얼마나 힘들지는 나중 일이고

지금은 그냥 하나님이 주신대로 감사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기도한다고 했는데 

한꺼번에 기도의 제목이 늘어만 가니 그것도 감사하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나이를 잊으라고,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시는 하나님의 숙제이니

모범생의 자세를 잃지 않고 모든 일에 열심을 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