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둘째오빠네 갔다 왔다.
집이 멀기도 하지만(고작 경기도 시흥인데) 그동안 복잡한 일이 얽혀 있어
둘째올케와의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원인은 내 남편의 사업때문이다)
그동안 오빠나 올케 그리고 조카들은 그들대로
우리 가족들은 나나 우리 애들대로 마음 고생이 참 많았다.
세월이 약이라 했다.
명절전날 명절 잘 지내시라고 오빠 올케들한테 문자를 보내고 나니
둘째올케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 안가면 친정에 와요.....라고.
엄마가 안 계신 친정은 친정이 아니리라.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 해도 엄마가 안계시면 왠지 친정이라는 말이 어색한데
엄마까지 돌아 가신지 한참이고 큰언니는 미국에 계시고
작은 언니랑 두 오빠도 돌아 가셨고 남은 형제중에서
너무나 유명하고 고고한 큰오빠는 어려워서 평소에 전화도 안하며 사니
내가 친정이라고 갈수 있는곳은 둘째오빠네 한곳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데 그동안 서로 사이가 원만하지 못해 마음이 닫혀 있었는데
11년만에 처음으로 둘째올케가 먼저 친정에 오라...고 했으니
나는 그 말을 듣고 혼자 눈물을 훔쳤다.
그래서 추석 다음날 큰애네 식구들을 데리고 오빠네를 갔었다.
큰애는 그동안의 상황에서 아직 마음이 덜 풀렸는지 좀 망설이는듯 했지만
약간 들떠하는 나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피해자는 둘째올케였지만
올케의 마음을 풀어줄 능력이 없으므로 당해야 했던 서러움으로
우리는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게 돼 버려 더 마음이 닫혀졌을것 같다.
올케는 이제 정말 모든것을 내려 놓은듯
그동안 내게 너무 심했었다며 몇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했고
나는 언니를 안으며 미안하고 고맙다며 울었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하늘은 너무 맑고 높고 아름다웠다.
"그렇게 좋수?" 큰애가 하는 말이다.
"그럼..."
니들이 내 맘을 어찌 다 알겠니........
하늘이 높아서 구름이 멋져서
달리는 차속에서 휴대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차 뒷좌석위에 누워 있는 하은이.
올라가서 아예 잠을 자버린다.
시간도 많고 날씨도 좋고 돌아오는 길에 한강 고수부지로 갔다.
준비없이 간탓에 하형이만 비치볼을 하나 사주었더니
하은이가 계속 심통을 부리다가 제것 하나 사주면서 웃어보랬더니 금방 웃는다.
참 나........
오늘이 큰애 생일이다.
부부가 극장구경 가느라 애들이 우리집에서 TV 시청중이다.
낳느라 고생시킨 에미한테 지 새끼들 맡기고 또 고생시키네.
에미라는 존재가 죽을때까지 A/S 하다 끝나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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