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찬바람이 불어대니 짧은 생머리가 추워지는 느낌이다.
원래 짧은 머리를 선호하니까 나는 괜찮은데 보는 사람들이 추워 보일라
남의 시선을 이렇게 신경 쓰는 나는 아직도 늙은이는 아닌가보다
내 생각엔 다음번에 파마를 하고 이번엔 그냥 모양있게 다듬을 생각이여서
천천히 오후 1시가 다 되어 미장원엘 갔는데 원장언니가 파마해야한다는 말에
그럼 뭐....해야죠.
집에서 전철시간을 잘 맞추면 중간에 기다리지 않고 가야 꼭 두시간만에 도착하는
동두천 보산역까지 다니며 머리손질을 하는 나는 참 에지간한 사람이다.
꼭 이십년동안 내 머리손질을 맡은 언니인지라 칠십이 가까운 언니가
미장원을 그만둔다고 하면 나는 참 난감해 질게다.
칠십이 가깝지만 이 언니는 너무 멋쟁이라 나이가 아깝다.
애들 말대로 그저 몇달에 한번씩 친한 언니네 놀러 간다...생각하며 다니면 된다고
미장원에 가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가 꼬박 걸리니
미장원 오가는 사람들 이야기는 덤이고 언니랑 그동안에 밀린 이야기에
점심도 같이 먹고 계절마다 뭐가 되든 한 보따리 싸주는 원장언니 인심이
이십년을 하루같이 그곳에 가는 이유이다.
화곡동에서부터 시작해서 알게된 미장원언니와의 인연은
언니가 옮길때마다 따라 다니고 지금은 아예 동두천에 정착해 있어서
오며 가며 전철안에서 사계절 풍경구경하며 다니고 있다.
요즘 시내 미용실같은 최신식 기계도 없고 옛날식으로 하는 파마지만
어쨌든 언니의 솜씨는 젊었을때는 세계에도 진출했던 터라
난 무조건 언니만 믿고 내 머리를 맡기고 언니도 그때 그때 알아서 손질을 해준다.
일단 이 짧은 머리를 파마했으니 당분간 머리손질에 신경 안쓰고 다녀 좋다.
샴푸도 절약되고 빗질 같은거 안하고 손으로 쓱쓱 빗기만 하면 되고.
내가 이렇게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걸 아는 사람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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