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새벽을 울리던 태풍의 바람소리가 그치고
오후가 되자 하늘은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은듯 해서
오랫만에 길을 나섰다.
집앞 증산역에서부터 한강까지는 4Km 조금 넘는 거리이다.
보통은 집에서 월드컵 경기장앞까지 2Km 정도 왕복으로 4Km를 걷는데
쉬지 않고 조금 돌아오면 그것도 50분 정도 걷는 거리라서 제법 땀이 나기도 한다.
태풍이 몰고 간 덕분인지 깨끗한 공기,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길을 나선 나를 반겨 준다.
한손엔 물 한병, 한손엔 작은 우산 하나.
만약을 위해서 교통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휴대폰 넣고....
디카 가지고 다니기 귀찮아서 요즘은 디카가 천대받고 있다.
불광천에는 오리들이 많다.
어느때 보면 새끼 오리가 아홉마리씩 엄마오리를 따르기도 하고
황새라고 해야하나? 흰색 회색의 다리 긴 새들도 오간다.
한강을 거슬러 온 물고기떼들도 만난다.
오늘도 많은 물고기떼들이 신나게 헤엄치고 다닌다.
월드컵 경기장 아랫쪽에는 낚시꾼들이 즐비하게 앉았는데
그 많은 낚시꾼들의 날카로운 바늘고리를 피해 어찌 올라 왔을까?
한강까지 가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해서인지
아니면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 덕분인지
별로 땀 흘리지 않고 힘들지도 않게 50분만에 한강에 도착했다.
예전에 한참 걷기운동을 할때에는 35분에 주파하기도 했는데
무리하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걸으니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매일 걷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오랫만에 한강까지 걷고 오니 대단한 일이라도 한듯 혼자 뿌듯하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올리기로 올렸다.
화면이 크면 더 시원해 보일것 같아서.......
그나마 요 워킹슈즈 덕분에 다리 무릎이 안 아팠던 것 같다.
잠시 쉬고 있는데 요놈이 나를 놀래킨다. 이노~~~~옴...어딜 감히!!!꼬리를 밟아 장렬하게 전사시키고 왔다.
저쪽 하늘은 까맣다. 언제 또 비가 올지 모르니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
다음에 또 보자. 성산대교야.....
some enchanted eve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