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어느 집이나 들뜨고 북적거리는건 다 똑같을게다.
내 어릴적에도 명절 앞에는 사람들도 많이 오가고 식구들이 다 바빴던것 같다.
지금이야 아무때나 해먹을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예전엔 명절에만 특별히 해먹었던 음식들이 있지 않은가?
철저한 유교식 제사를 지내는 친정인지라 제사상 차림에 온 정성을 들이고
만들어진 음식의 굄질까지 전통을 고수하는데 그 굄질은 늘 내 몫이였다.
며느리들한테 안가르쳐 주시고 왜 막내딸인 내게 그런걸 가르쳐 주셨을까?
예수 믿고 제사상과는 전혀 무관하게 살줄을 모르셨던 아버지의 오산이였지만
그래도 내게 그런 의식을 가르쳐 주신 아버지의 고집은 오랜동안 나를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는 했었다.
음식의 유전은 언니들에게로 내려가서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후
제사는 아들들이 준비하지만 언니들은 언니들대로 엄마의 유전을 그대로 지냈고
옆에서 늘 그것을 보았던 나도 그 유전에서 아주 자유로워질수는 없었다.
결혼을 하고나니 친정과는 너무나 다른 제사풍습으로 혼자 놀래고
때로는 은근히 무시하기도 했지만 나는 시집풍속대로 하는척만 하고
엄마나 언니들이 준비하는 친정음식을 따로 즐겨 먹었었다.
이제는 시집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엄마도 돌아가시고 큰언니는 미국에 계시고
작은언니는 이미 소천하셨고 엄마의 유전을 물려 받은건 나 뿐이다.
둘째올케가 한동안 제사음식을 준비하느라 그 유전이 지속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사도 없어지고 올케도 아예 음식만들기에서 손을 뗀지 오래라
명절음식을 제대로 차려 먹는 식구들이 없다.
셋째올케가 신실한 불교신자라 때마다 제사를 지낸다고는 하지만
워낙 음식솜씨가 없는데다 엄마의 유전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셋째올케는 자기식대로 경상도식으로 제사를 지낼것이다.
왜 이렇게 장황한 말들을 꺼내게 됐을까?
시댁에서 제사를 지내야하는 유리네는 제쳐 두고
제사에서 자유로운 라미네가 연휴를 즐기자는 쪽으로 이야기 하기에
음식을 하는데 불필요한거 말고 먹고 싶은 메뉴 한두가지만 하자고 했다.
평소에 손이 많이 가서 자주 해먹을수 없는 음식 한두가지 하고
중간에는 홈쇼핑에서 갈비를 주문해서 간단히 먹고
연휴 마지막날에야 합치는 유리네가 오면 해물탕을 시켜 먹자로 결론이 났다.
매일 매일이 휴일인 내게는 재료만 있으면 무슨 음식이든지 할수 있는데.....
애들이 결혼전까지만 해도 명절만 되면 외갓집에서 먹던 음식들이 먹고 싶다고해서
일주일전부터 음식장만하며 떠들석하게 준비했던 때도 있었건만
딸들도 이제 나이가 드는건지 세상이 편해져서 그러는건지....
그러나........
나는 아직 명절은 명절처럼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쓸데없는 제사음식을 해먹자는 얘기는 아니다.
명절의 의미를 생각하며 가족이 도란도란 이마를 맞대고 앉아
음식을 만들며 온갖 이야기 때로는 푸념도 해가며 보내는 그런 명절.
그리고 명절에 준비했던 우리 고유의 음식을 만들줄 아는
그런 유전이 제대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이 최선이나 최고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내가 알아왔고 해왔고 먹었던 것들을
우리 애들이 기억하고 한번씩이라도 만들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장에 가기만 하면, 인터넷에서 클릭 한번만 하면
제때에 그럴듯한 음식들이 배달되 오고 사올수 있지만
그 음식들이 가족들 건강을 위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옛사람들은 왜 이럴때 이런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지
한번쯤 되돌아 보며 옛사람들의 지혜를 되짚어 보았으면도 싶다.
나는 우리 엄마나 언니의 음식맛을 기억은 하지만
내가 하는 음식은 그 맛에서 조금 모자란듯 하다.
그러나 우리 애들에게는 엄마의 손맛이 최상일수 있기에
엄마의 맛을 기억하며 그 맛을 내느라 고민해 본다면
우리 엄마의 그 훌륭했던 맛이 나로써 아주 끊어지고 잊혀지지는 않지 않을까?
우리 애들은 내가 해준 음식들을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애써 배우려는 욕심들은 아직 없는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 엄마가 했던 음식들이 생각날때 내가 살아 있으면 다행이고
혹시라도 내가 없을때 그런 생각들이 날수도 있을게다.
어제, 오늘
있는거라곤 시간밖에 없는 나는 송편을 만들었다.
엄마나 언니가 했던 방법대로 열심히 만들었다.
그래서 나도 내 송편 만들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로 했다.
우선은 한강까지 걷고 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