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건 즐거움이다.
내가 자랐을때와 내 딸들이 자랄때의 그때를 생각하며
손주들이 자라는걸 바라보면 세월의 아쉬움이 절로 느껴진다.
며칠전 호연이가 아랫니 하나를 뽑았다며 사진을 휴대폰으로 전송해왔다.
치과에 가서 아주 얌전하게 울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게 뽑았단다.
아~ 벌써 유치를 갈때가 되었구나.....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딸들이 유치를 갈때는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제 호연이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밟는구나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는 엄살이 심한 편이라 고통을 이겨내는 일에는 아주 약한편이였다.
옛날에는 치과에 가는것이 죽는것만큼 싫었고 어지간하면 집에서 이를 뽑았었다.
단단한 면실을 흔들리는 이에 걸고 힘쎈 아버지가 잡아 당겨 뽑든가
아니면 치과에 억지로 끌려가서 대성통곡하며 몸부림치느라
간호사를 비롯해 데리고 간 오빠들까지 모두 붙잡아 앉히느라 요란을 떨기도 했다.
아버지는 내 이를 뽑을때마다 울고 불고하는 내 앞에 돈을 쌓아 두시고
이만 뽑으면 이 돈 다 줄거다.....하셨고 정작 이를 뽑고 나면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일부러 아픈척 더 요란하게 울어서 그 돈을 다 갖었던 기억이 있다.
어른스러운 호연이는 이 뽑고 난 다음에 울지도 않고 아빠가 장난감을 사주셨다며
오히려 내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데 그러고 보면 내 여섯살때가
호연이보다 더 철없었던걸까?
난 여섯살에 국민학교에 들어가 집에서 학교까지 20분이 넘게 걸어 다녔는데
지금 호연이나 하형이를 생각하면 어림없는 일일게다.
호연이는 태어날때 이미 그 속에 나이 든 영감이 한명 들어 있었던 듯
말도 잘하고 생각도 깊고 이해의 폭도 넓어 엄마 아빠에 할머니까지 놀래게 하곤 한다.
요즘은 야구에 열중이여서 두산 어린이회원에 가입하고
야구 글러브와 공을 받았고 벼르고 별러 지난주에 야구장에 갔는데
하필이면 비가 오는 바람에 경기가 취소되어 헛고생만 하고 돌아왔다.
가끔씩 야구장에 가서 응원하느라 소리도 지르며 열중하라고 부추기긴 했는데
너무 야구에만 몰두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호연이 성격에는 그런데에 가서 한번씩 어울리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
앞으로도 호연이의 야구사랑은 아마도 계속 될것 같다.
이제 앞니 하나 빠지고 차차 성장의 순서를 밟아가는 걸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나는 또 어쩔수 없는 손주사랑의 할머니이다.
여섯살짜리 호연이
너무 어른스럽게 찍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