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손주들 보는 일이 뜸해졌다.
할일 없는 백수 할머니지만 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맥도 못추게 더운 여름날에 이집 저집 나들이하는 일이 예전 같지 않고
지난주부터 콧물과 기침과의 전쟁을 치르느라 방콕하며 지내는 중이다.
그럼에도 성연이와 하은이의 할머니 사랑은 변함이 없다.
할머니가 즈네들과 충분한 시간 놀아주지 않으면 집에 보내주지도 않으니 말이다.
집에 오기 위해서는 더 고단수의 거짓말과 오버액션으로 연극까지 하지만
성연이는 번번히 할머니를 보내 놓고 한바탕 울어대는게 예사다.
어느때는 순순히 할머니를 보내줘서 황당하기도 하고
어느때는 자고 가야 한다고 떼를 써서 난감해지기도 한다.
하룻밤쯤 데리고 자는게 뭐 그리 어렵겠냐만서도
내 자리를 떠 하룻밤을 설치고 나면 그 다음날부터 머리가 지끈거려
갈수록 나 편하게 사는 내 몸이 영 개운치가 않아져, 나는 막무가내로
성연이의 애절한 바램을 가슴 아프게 물리치고 집으로 오곤 한다.
오늘도 3부 예배를 드리고 나서 4부예배에 오는 애들을 기다렸다가
오랜만에 반가운 해후를 했다. (지난주 감기때문에 아무데도 안가서.....)
엄마 아빠 예배 드리러 가라고 하고서 성연이는 할머니를 붙잡았다.
할머니 밥 먹고 다시 올거야...라고 계속 타이르는 할머니 무릎에 앉아
금방이라도 큰 울음을 터뜨릴듯해서 꼼짝없이 성연이랑 유아예배를 드리게 됐다.
지난 주에도 그랬는데 요놈이 할머니의 약한 마음을 아는게지^^
(그래도 중간에 살짝 빠져 나와 점심 먹고 다시 들어간걸 알라나?)
예배 드리고 식당에서 밥 먹고 교보문고에 들렀더니 공사중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우리도 광화문 광장 구경이나 하자.
많은 아이들은 분수속에서 아예 수영을 즐기고 있건만
전혀 준비가 안된 두 형제는 살짝 운동화만 적시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택시 타고 오는길에도 앞에 앉은 할머니 얼굴을 봐야 한다고 해서
나는 거의 뒤돌아 앉아 오다가 즈네집까지 갔다가는
또 저녁까지 있어야 할 것 같길래 중간에 성연이에게 허락을 받기로 했다.
"성연아...이제 할머니 기침하니까 병원에 가야해. 할머니 가도 되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기에 이게 웬일인가 싶어 얼른 내려
택시에 탄채 뒤돌아 보며 가는 성연이에게 바이바이 하며 손을 흔들었다.
잠시 후
휴대폰이 울린다.
"엄마...성연이가 할머니랑 뽀뽀 안했다고 울어..전화 바꿔 줄께"
"함..머..니..흑흑.. 뽀뽀 안하구 내렸잖아..흑흑...."
"성연아....그럼 우리 전화로 뽀뽀하자..응?
뽀뽀뽀..사랑해 성연아~~~"
"참..내.... 눈뜨고는 못 볼 눈물겨운 사랑이야..."
딸애의 한숨 섞인 마무리.
길거리에서 전화에 대고 뽀뽀를 뿌려대는 나는
아직도 충분히 행복한 할머니임에 틀림없다.
*우리집의 또다른 다중이 하은이는 전화에 대고 계속 얘기한다*
"할머니 왜 우리집에 안와~~. 나 할머니 집에 가고 싶어~~"
성연이
마침 행렬도 지나가네?
하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