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은 돌아 온다.
명절때마다 먼~~ 시댁에 가는 일이 너무 힘들어 명절때마다 힘이 들었고
명절이 없어졌으면 했던 때도 있었다.
물론 결혼 후 이야기이다.
결혼 전에는 뭐 명절이 늘 기다려지고 풍성했었으니까....
코로나 이후 모임인원 제한에 걸려 모임 자체가 힘들어지다 보니
그 제한이 풀렸음에도 많은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이 쉬운일이 아닌게 되어 버렸다.
간단하게 자기 가족끼리만 지내는 일이 그새 익숙해져 버려서
열두명이 함께 모이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일이 된 것이다.
이사하고, 환경이 바뀌고, 갈수록 나이 들고, 귀찮아 지고, 등등
어떤 이유로든지 편하게만 지내는게 당연한 것이 되어서
이제는 반찬도 사 먹고 대충 시켜 먹고 편함만을 향해 간다.
그러니 명절이 왔다고 옛날처럼 음식을 하는 일이 생각만해도 번거로워졌다.
코로나 이후부터 큰애네 따로 작은애네 따로 명절을 지낸다.
각각 직접 만들던, 밀키트를 사던, 명절음식을 마련하고 나는 가서 먹기만 하면 된다.
모임제한이 풀렸는데도 편한게 좋은듯
큰 애 따로 작은 애 따로 시간이 정해졌다.
큰 애는 늘 먹는 명절음식 굳이 먹어야 하냐며 자기가 한번 가본 식당을 예약했다 하고
작은 애는 애들이 명절음식을 좋아해서 집에서 음식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 전날
작은애네서 저녁을 먹게 됐고
명절 당일 저녁은 큰애가 예약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게 됐다.
예전 우리 엄마가 준비하셨던 명절음식 흉내 내느라
애들 시집 가고 나서도 명절이면 먹이고 싸준다고 힘들었어도 음식을 많이 했었다.
거기에는 못 미치지만 작은애네는 여러가지 골고루 명절음식을 준비했다.
명절 저녁
큰 애가 예약한 식당으로 간 시간이 6시 30분
이십여년을 살던 옛 동네 증산동에 있는 파스타를 파는 작은 식당이다.
코로나 즈음에 오픈해서 인스타로 소문이 나고 지금은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정말 작은 식당이다. 네 팀만 앉을 수 있는......
<밀라노 기사식당>
옛날엔 인테리어도 구식인 동네다방이였던 곳이라고 기억된다.
네 팀이 다 앉고 주인 세프의 인사가 있은 후
주문하는 차례로 음식을 세프 혼자 만들고 혼자 서빙한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주문을 해서 앉은지 45분만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젊은 세프가 개발한 메뉴로만 준비 되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파스타를 맛보았다.
그렇다고 내가 파스타에 대해 어떤 맛의 감각을 잘 아는건 아니지만......
늦게 나온 음식 덕분에 다른 테이블은 나가고 우리들만 남게 되어
세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명절에 만난 특별한 저녁식사였고
우리들과의 이야기를 세프 자신의 인스타에 올렸다고 큰애가 내용을 보내 주었다.
은평구 토박이 세프가 책도 출간했다고 하니 출판 되면 구입해 봐야 겠다.
금세기 다시 볼 수 없다는 보름달 구경을 하렸더니 구름이 끼어서 안 보이네~~
명절 잘 보냈느냐는 지인들의 전화를 받으며 생각하니
내게는 매일이 명절 휴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 출근할 일이 없고 특별히 해야할 일이 없어서 그런가?
아침에 눈 뜨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휴일 명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