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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년말 년시 (4년9개월의 끝)

2020년이 그렇게 갔다.

각자의 인생 속에 암흑처럼, 또는 안개처럼 기억 될 해가 아닐지...

2021년이 벌써 열흘이나 지났어도 우리는 아직도 제자리걸음만 하는것 같고

시간은 나를 버려 두고 쌩한 바람처럼 저만큼 간것도 같다.

 

암튼 뭐가 뭔지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요즘이다.

감사일기라고 매일 쓰는 중이지만 들여다 보면 매일 아프다는 얘기만 그득하다

작년에도 그 전 해에도 그 전 전 해에도 난 건강할 때가 없었던 사람처럼

여기가 아파 약 먹고 저기가 아파 약 먹고....

약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건강 챙긴다고 추위에도 둘둘 말고 한시간씩 걷고 들어 오는데

그나마 약 먹고 약효과 때문에 이 정도로 살고 있는건지.....

 

코로나 블루가 어느새 내집에도 내 마음에도 자리잡아 가는가 보다.

 

년말 성탄절 전에 큰애네가 이사를 했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다.

어제 초대를 받았슴에도 코로나 무서워 다음으로 미루었다.

애들까지 다섯식구라 한사람이라도 더 가면 방역수칙에 위반?

출퇴근 하는 딸과 사위한테 행여 피해라도 입힐까 걱정된 노인네 결단이다.

 

1월 8일

늦잠 자는 나는 휴대폰을 늘 진동으로 해 놓고 잔다.

혹 이른 아침에 오는 문자 알람소리에 선잠 깰까봐서...

느즈막히 일어나 휴대폰을 들여다 보니 조카가 있는 요양병원 번호가 찍혀 있다.

아~~ 일이 생겼구나 싶었다.

전화해 보니 새벽에 조카가 운명을 달리 하였다는 소식.....

전날 밤 기도 할 때 "주님! 주님 품에 그 애를 안아 주세요..." 했었다.

도저히 가망이 없는 상태인데 너무 오래 진행될까봐 걱정이였고

그래도 감히 이 애를 빨리 데려가 주세요..기도 할 수 없어 주님 시간에 맡길뿐이였는데

그 날 밤엔 무슨 확신으로 그리 기도했는지 그렇게 기도했었다.

 

기도의 응답이였는데 선뜻 주님 감사합니다... 할 수가 없었다.

 

두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바위는 사라졌지만

마음에 큰 돌덩이가 들어 앉은 느낌......

 

55년의 인생을 어떻게 내가 규정할 수 있으랴.

그래도 이모의 권유로 교회에 나와 하나님 자녀 되어 세례 받고

이제 천국에 입성할 수 있으니 그걸로나마 위로를 삼을까?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당뇨로 인한 실명과 뇌졸증으로

4년 9개월을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나도 너무 피폐해진 듯 하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부터 면회도 할 수 없었고

나도 허리병을 앓아 면회가 된다해도 선뜻 갈 수 없었으니

2019년 12월 23일에 보고 온 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인물 좋고 머리 좋고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었던 애라

바보가 되어 가며 엉뚱한 사고를 치고 갈수록 비정상이 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해서 쓸데없는 감정소모를 했던것도

돌아보니 이제는 마음에 아픔으로 자리 잡는다.

 

주위 사람들이 이모로써 최선을 다했다고 수고하고 고생했다고 위로하지만

그런 말들이 위로가 되기 보다는 오히려 더 나를 움추러 들게 하니

당분간 나를 제대로 추스르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릴없이 나는 벌써 봄을 기다려 본다.

 

blog.daum.net/bipa48/8889249  (조카 발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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