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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의 여행일기

어쩌다 하루 외박

길고 지루한 역대 최장일을 기록한 장마가 끝나고

며칠 폭염으로 덥다고 야단들이지만 장마때 생각하면

뜨거운 해가 종일 비추는게 얼마나 행복한가?

 

아직 홍수 피해 복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강풍의 태풍이 또 올라오고.......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교회 현장예배도 못 드려 마음 무겁고.......

이래저래 올해는 계절도 시간도 잃어 버린 한 해가 되었고

이런 상태가 내년에는 계속 되지 않기만을 기도해야 하겠다.

 

8월 초, 장마가 끝나려니 싶어 작은애가 하루여행?을 계획했었다.

큰애가 먼저 다녀온 어느 에어 비앤비에 가기로 예약을 했다며

그냥 쉬러 가는거니 엄마도 같이 가자고 하길래 그러마고 했다.

8월 초에도 계속 비가 내린탓에 계획을 변경해서 8월말로 연기했다고 한다.

다행히 장마는 끝났는데 코로나 19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 나면서

불안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집에서 멀지 않으니 갔다가 저녁만 먹고 나는 돌아오고 애들은 남기로.....

 

어제 8월 25일 오후 3시가 입실이라 이것저것 먹을거 준비한거 싣고

무더운 날씨에 애들 셋 데리고 파주 모처에 있는 곳에 도착했다.

어느 개인이 옛날에 지은 개인 별장을 가족들이 사용 안할때

일반인들에게 빌려 주는데 성수기라 값이 비싸지만

요즘 같이 사람 많은 곳, 멀리 가는 것은 위험하고 가족들만 쉬다 올수 있어서

이런곳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고 하는데 일단 나는 처음이다.

 

애들집 봐주느라 한번인가 가서 강아지 지키며 잤던 것도 한참 전이고

내 집 떠나 여행 비스름하게 가 본 적도 하도 오래 돼서 나는 뭔가 어색하다.

엄마를 위해 특별히 양고기 주문했으니 저녁이라도 드시고 가라고 해서

그래...저녁만 먹고 오자~~는 생각에 아무런 준비없이 도착 했는데

태워 온 차가 바쁘다며 그냥 가야 한다나?

당연히 저녁 식사를 하고 나갈줄 알고 갔던 나는 어쩌나?

출발 전에 얘기는 혹시 차가 그냥 나가면 나도 바로 그 차로 집에 와야지 였는데...

 

어정쩡하게 있다 보니 그냥 있게 됐고

저녁 먹고 조금 걸어 나가서 버스, 전철로 혼자 집에 가야겠다 라는 생각도 있어서

머물게 되었고 저녁 먹고 나니 귀찮은 생각이 들어 그렇게 외박을 하게 되었다.

온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갈팡질팡 하다가 머물게 되니

그럼 그냥 이대로 즐기자 쪽이 돼 버렸다.

 

400평이 넘는 터에 너른 침대방 두개와 식당과 주방과 너른 거실

미니 수영장, 바베큐 장 까지 지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집이다.

넓은 마당에는 작은 연못도 있고 잔디로 뒤덮인 마당이라 누가 다칠 염려도 없고

어두워 지면 벌레 우는 소리밖에 안 들리고 아침에는 새소리만 들리고

거실에는 모든 오락을 할 수 있는 바둑, 카드, 윷, 화투 까지.....

 

원래는 가족들이 쓰려고 지어서 사용하다가 자녀들이 크니까

별로 사용할 일이 없어져 마침 놀고 있는 아들이 해보겠다 해서

숙박업을 하게 됐다고 오늘 오전에 들른 주인이 얘기한다.

옛날에 지은 집이라 목재가 많이 사용돼고 가구들도 원목 위주라

요즘 현대 분위기가 아닌 누구 표현에 위하면 부자 외할머니집 같은 분위기라나?

 

전혀 의도치 않은 외박이라 아무 준비도 못한채로 구어 주는 고기에 콜라까지

가만히 앉아 대접만 받으며 있다 보니 조금은 심심하기도 하고

그런 시간을 하도 오랜만에 갖게 되어 어색하기도 하고 해서

데려간 강아지랑 풀밭에서 놀고 손녀딸이랑 공차기도 하고

나름 시간을 즐겨 보려 하긴 했다.

문제는 고기에 콜라까지 먹어 잠이 안와서 뒤척이다 겨우 잤는데

6시도 못되서 깨어 있다 보니 아직도 약간 불편한 무릎이 갈수록 무거워진다.

 

12시에 출발해서 작은애네 도착해 점심 시켜 먹고 집에 오니

역시 좁아도 내 집이 최고다.

샤워하고 누워 있으니 그냥 잠에 빠져 비몽사몽 한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이 이렇게 힘든일이 될줄이야

한 시간이 넘도록 이 글을 쓰고 있다.

휴대폰에서만 블로그 친구들 글 읽고 답글도 별로 안 달고 그렇게 보낸다.

순전히 나이 탓이다. 아니 허리 아프고 무릎 아픈 탓이다.

오래 앉아 있으면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나를 컴퓨터 앞에 앉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시간은 너무 많은데 하루는 너무 짧아서......

이번 태풍이 예보보다 살살 지나가서 우는 사람들이 없기를 기도하며

오늘의 이 별 의미없는 이야기를 마친다.

(사진 올리는 작업이 예전과 달라서 불편하다...안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