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9월 25일)는
큰애를 낳은지 삼십구년 되는 날이였다.
39년전 그날은 지금 생각해도 참 힘든 날이고 서러운 날이였다.
첫 딸을 낳은 서러움.....시집간 지 일년도 안되어 느꼈던 서러움들.
옛말에 딸은 엄마의 인생을 그대로 밟는다고 들어서
내 딸이 나같이 서러운 시집살이하면 어쩌나 하는 안쓰러움과 서러움에
회복실에 누워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참 철없는 생각인데......
큰 딸은 시집살이...라는 단어도 모르고 잘~~ 살고 있으니 감사할 뿐.
아직 세 아이들에 치여서 밤인지 낮인지 모르게 힘들긴 하지만.....
월요일과 수요일엔 내가 하형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와야 한다.
하율이 업고 학교에 다니는게 안쓰러워 그일이라도 에미가 해줘야 할것 같아
내 시간이 바빠도 일주일에 이틀 하형이 데리러 학교에 간다.
일주일 중 내 시간이 그나마 편한 날은 화요일.
별일 없으면 늦잠도 자고 청소도 하고 작은애네 들른다.
어제도 일주일만에 작은애네 가서 잠간 시간을 보내고 왔다.
지난 주일부터 교회에서 선교대회가 있어 저녁집회에 가기전에
애들 얼굴이나 보려고 갔었다.
교회에서는 성경공부시간과 겹쳐서 애들 얼굴 볼 새가 없다.
일찍 온 호연이랑 조금 놀고 교회에 갈 시간쯤에 성연이가 왔다.
왜 일찍 가느냐는 성연이의 서운한 말에 다음을 약속하고 내려 왔는데
베란다에서 성연이가 할머니를 부른다.
"왜? 성연아"
"할머니 이거 갖고 가~"
"성연아~ 할머니 시간 없으니까 나중에 줘~"
"안돼! 할머니" 성연이는 벌써 울려고 한다.
"알았어~"
하고 다시 올라가니 성연이가 내려오면서 내게 뭘 준다.
백원짜리 동전 두개
"할머니 이거 갖고 가세요"
"고마워 성연아 잘 쓸게"
그제야 성연이는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간다.
성연이가 할머니에게 주는 용돈이다.
애들 집에 갈때마다 큰놈들에게는 천원씩 준다.
성경을 매일 한장씩 읽었는지 확인하고 주는 상이다.
지난번엔 내 앞에서 읽는것 확인하고 주었다.
(잔돈이 없으면 슬쩍 빼 먹기도 하는 잔머리 굴리는 할머니)
큰놈들만 돈 주는게 뭣해서 작은놈들한테도 가끔 주곤 하는데
내가 돈을 줄때마다 성연이는 제 돈을 내게 건네 준다.
아직 돈의 가치를 잘 모르니까 오백원짜리 동전 한개보다
백원짜리 동전 여러개가 더 값나가는 줄 아는 놈인데
이 놈은 내가 준 것보다 더 얹어서 지저금통 돈을 건네 주고
내가 안 받으면 오히려 울어 버려서 안받을 수가 없다.
어제는 성연이한테 돈도 안주었는데 굳이 이백원을 내게 건네 주니
어떤 할머니가 이런 손주를 안 예뻐 하겠는가?
성연이가 주는 용돈으로 크루즈여행 갈 야무진 꿈이나 꿔볼까?
참~ 복 많은 할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