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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었지

옛날을 추억하며(해남여행)

 

90년대, 나의 40대와 50대 초반까지

나도 여행을 다니기는 했다.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때

나도 그 책들에 빠져서 머릿속 여행을 즐기면서 언젠가 나도

이 책을 가이드 삼아 마음껏 보고 느끼고 즐기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93년도

남편 몰래 구곡폭포를 다녀 온 후 내게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같이 다니던 모임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등산여행이나 관광버스여행을 다니는데

아내의 외출을 극도로 싫어하는 남편의 이상한 강박증?으로

내 고집 내세워서 남편과 싸우기도 싫고 사업일도 도와야 하고 등등

핑계때문에 나는 모임을 따라 여행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나는 절대적인 평화주의라 누구와 싸우지 못한다)

 

보다 못한 모임에서 의견을 내세웠다.

남편의 고향인 해남으로 여행을 가면 보내 주지 않겠느냐?...며

남편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같이 여행하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그것마저 거절할 수가 없고 해남쪽으로 한번도 여행해 본 적이 없는

모임의 엄마들의 열화같은 성화에 못이겨 남편에게 물었더니

아주 좋아하며 찬성하면서 환영하는 것이였다.

 

유홍준씨도 가장 먼저 답사할 곳으로 남도를 꼽지 않았던가?

 

그때 94년도면 내가 결혼한지 22년이 되는때이다.

22년을 매해 명절과 휴가로 시댁에 다녀 오고 했지만

답사 책에 나온 곳들을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이 

복잡한 교통수단에 복작대는 시집살이에 식구들 밥 해 먹이는

결코 좋을수만은 없는 긴~ 세월들을 지낸터라

부담없이 시댁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한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여행경비는 그동안 모아 두었던 회비가 있고

해남에서 봉고차와 기사를 구입해 달라고 시동생에게 부탁하고

멋쟁이셨던 시아버님이 가이드를 자청하셨으니 럭셔리한 여행임에 틀림없다.

 

생색내면서 부담없이 즐겼던 여행이였다.

이때의 여행이 없었다면 해남은 내게 그저 상처만 남겨 준 곳이였을텐데

그 며칠의 여행으로 그나마 내 상처는 조금 가려질 수 있었다.

그때 같이 갔던 멤버들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때의 여행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지금같지 않아 그때는 서울에서 해남까지 하룻길이 걸리는 거리였다.

 

해남에 도착하자 시동생이 천일관에서 거~한 떡갈비를 대접했고

다음날부터는 시아버지의 안내로

대흥사, 두륜산, 진도, 완도, 땅끝마을등을 샅샅이 다니며 구경했다.

당시만해도 여행객들이 많지 않을때라 오붓한 여행이였고

훌륭한 가이드 덕분에 맛있는 곳, 별난 음식 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당시 진도대교 입구에 있었던 식당에서 먹었던 게장무침

이 게장무침은 돌게를 삭혀서 양념한 후 곱게 갈아 내온 것인데

다들 그 맛에 홀려 사고 싶어 했지만 팔수 없다고 해서 아쉬워 했다.

 

해안도로의 어느 횟집에서는 상어 한마리를 잡아 회로 먹었는데

밥 안 먹고 회로만 배부르게 먹은 기억에 모두들 흐뭇해 했다.

그것도 십만원이 넘는 상어를 7만원 주고 기사까지 일곱명이 먹었으니.....

 

점심에 너무 배부르게 먹어서 저녁은 못먹겠다고 했는데

시아버님이 데리고 간 식당에서 닭회와 닭불고기와 닭죽을

남김없이 먹어 우리의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기도 했다.

닭회는 서울에서는 먹어 볼 수 없는 건데 바로 잡은 닭을

양념해서 먹는 닭회를 먹고 모두 그 부드러움에 반했었다.

 

해남에 내려가서 시어머니의 얼굴을 안보고 즐겁게 놀다 온

유일한 여행이여서 해남의 이 여행만큼은 아직도 즐겁게 생각된다.

 

지금은 상처 줄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안 계셔서

마음 놓고 다녀 와도 좋을 그런 여행지이지만

그래도 선뜻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두륜산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쉽게 정상에 갈수 있고

대흥사 입구까지 계곡은 차량통행도 금지 되었다고 한다.

 

결혼전의 많은 추억들이 있는 대흥사...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다.

 

1994년 10월 24일부터 2박 3일간의 여행이였다.

(여기 올린 사진들은 년전에 스캔해서 저장해 놓은거고

 더 많은 사진들이 있어 찾아보니 작년에 모두 버렸는지 행방불명이다

 작년 홍수에 내가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98년도에 돌아가신 시아버지

 

 

두륜산에 있는 천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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