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 의전이가 전화를 했다.
토요일에 공연이 있는데 숙희랑 셋이 갈수 있는 티켓이 있다고.......
숙희한테 전화하니 시간이 좀 애매하다고 하고
어쨌든 의전이랑 동대입구역 2번 출구 태극당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무슨 공연이냐고 하니까 내용은 잘 모르고 그냥 괜찮은 공연인 것 같다고....
토요일 오전 구역예배 드리고 점심 먹고 동대입구역으로 갔다.
공연장인 국립극장의 셔틀버스가 2번 출구 태극당앞에 있다.
결국 숙희는 못오고 의전이랑 만나 태극당에서 팥빙수 한그릇으로 더위를 달래고
셔틀버스 타고 티켓을 받으러 국립극장으로.........
옛날 큰오빠가 연출했던 별들 시리즈...를 보러 온후 처음이니
정말 오랜만에 찾은 국립극장이다.
그 긴 세월동안 공연문화도 많이 바뀌었고 환경도 많이 바뀌었고
제일로 내가 훨씬 늙어 버렸으니 감회가 새로울 밖에.....
어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의 콘서트다.
"윤효간"........콘서트의 제목은 "피아노와 이빨"
대체 이 사람은 누구며 공연 제목은 또 왜 이런걸까?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들이 대다수이고 군인들도 많고
관람 온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이 사람을 듣도 보도 못한 나는 비문화인이였나?
오프닝곡이 비틀즈의 "Hey Jude"
오프닝곡을 들으며 난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피아노를 저렇게 광적으로 연주하는 사람이면 좀 이상한 공연은 아닐까?...하고.
그러나.......
마이크를 잡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그의 음성과 멘트를 들으면서
내 선입견이 크게 잘못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1,251 회째 공연에서야 나는 그를 처음 알았다.
1,250 번씩 공연을 했는데 나는 한번도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자유롭게 자기식으로 베토벤을 연주하고 동요를 연주하고 가요를 연주하고
피아노의 고정틀을 깨버린 피아노계의 자유로운 영혼?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이고 유학간 적도 없는 피아노계의 이단아라고 할까?
그는 단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연주하고 있었다.
공연문화에 쉽게 접할수 없는 곳들을 찾아 피아노를 싣고 직접 가서 연주하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즐기는 마음 따뜻한 사람인 듯 하다.(그의 속내는 모르지만)
최전방 장병들을 위해, 중국오지, 몽골의 사막지대, 시베리아, 등등을
직접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며 공연을 하는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고
옛 동요를 함께 노래하면서 추억에 젖기도 하고 "마법의 성"을 모두 부르면서
공연장은 잔잔한 감동으로 하나가 되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국군장병들과 의대학원생들의 헌혈증서를
소아암협회에 전달하는 뜻깊은 자리도 마련되었고
망막암으로 실명한 어린 소년의 반주에 맞춘 예쁜 어린이들의 합창도 있었다.
그 소년을 후원하겠다는 윤효간씨의 약속도 있었고.......
두시간여의 이 감동의 콘서트는 의전이와 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아이돌스타나, 가수들 공연, 혹은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마음이 따뜻하게 감성을 자극한 콘서트는 처음인 듯 싶다.
윤효간씨는 책과 CD를 시중에서는 팔지 않고 공연장에서만 판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관람객들과 일일이 포토타임을 가져 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는데
책도, CD도 안사고 그냥 나온 우리들......
초대받아 갔던 공연을 보고 그냥 오는게 미안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친절하게 줄 선 사람들과 일일이 포토타임을 갖는 윤효간씨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광장에서는 다른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다가 그냥 걸어 내려가자 하고 내려 오는 길에
이 곳을 만났다.
조금 더 내려오니 이 분의 동상도 있었다.
저녁식사는 고품격 두부집에서 순두부와 묵밥.
의전이와 둘이만 오붓하게 즐긴 주말 오후였다.
공연 사진만 가져 오려 했는데 이 포스터가 몽땅 한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