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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한 두번이 아닌 건망증

 

누구나 한두번쯤 이런 건망증사건이 없을리는 없다.

나도 나이 들어 시리즈로 나열하면 줄줄이 나올 건망증 사건.

 

"가스불 켜 놓은채 장시간 외출 건망증"

 

어제는 작은사위 생일이였다.

둘째네는 네식구중 세명이 1월 생일이라 1월이 제일 버거울듯....

갈수록 행사는 간소화되어 올해도 그렇게 지나가기로 했는데

다음주에 있을 둘째딸 생일까지 합해서 양쪽 어머니들 모시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기로 했다기에 선물준비도 없이 나가게 되었다.

 

하루종일 TV 보다가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점심도 약소하게 먹고

아침에 먹으면 더 좋다는 고구마를 미리 구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후라이팬에 고구마 세개를 호일에 싸서 넣고 굽기 시작했다.

약속시간이 삼십분 늦춰져서 여유를 부리며 구웠는데

약한 불에 올려져서 그런지 나가기 전까지 덜 구워졌길래

십분만 더 굽다가 나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보니 7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이쯤 나가면 되겠다 싶어 나갔다.

중간에 잠깐 정류장을 잘못 생각해서 두 정류장이나 먼저 내릴뻔 하다가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니 모두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요리들(한동안 거한 외식을 할 기회가 없었으니...)에

젓가락 부지런히 놀려 이것저것 맛있게 먹고 거의 끝나갈 무렵

어? 나 가스불 안끄고 왔나?

십분후에 꺼야겠다라고 생각은 했는데 끈 기억이 없고

스위치를 끄면 꼭 잠금장치도 끄는 습관이 있는데 그 기억도 없는걸 보니

나는 분명히 군고구마를 내팽겨쳐두고 온게 틀림없다.

 

갑자기 가슴이 벌렁벌렁해졌지만 큰 걱정은 되지 않는게

제일 약한불로 해 놓았고 또 튼튼한 후라이팬에 대한 믿음때문(?)이였다.

 

식사전에 그런일이 있었으면 제대로 음식도 못먹었을텐데

식사가 거의 끝나고 후식 먹을때라 그나마 다행이랄까?

웃집에 전화해서 바깥밸브를 잠궈달라고 부탁을 하고

후식까지 먹고 느긋하게 버스를 타고 왔지만 속은 그리 편치 못했다.

 

현관문을 여니까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가 가득~~하다.

내가 나갈때부터 시작해서 밸브를 잠글때까지 두시간밖에 안되어

별 큰일은 없었지만 냄새만큼은 정말 가득~~하다.

 

더 젊어서 40대때는 이보다 더한 대형사고를 일으킨적도 있고

버린 음식과 냄비와 주전자도 몇개였는데 이번엔 호일 한쪽만 아주 쬐끔 탔을뿐

고구마는 한쪽이 약간 검은색인 제대로의 군고구마이고

튼튼한 후라이팬 역시 아무런 흠집도 없는 그대로여서 다행이다.

하긴 이 후라이팬은 십수년전에 거금을 들여 친구들이랑 샀던

수입그릇 셋트중의 하나라 예전에 밤새도록 달구었어도 멀쩡했던 전적이 있다.

 

이건 분명 치매가 아닌 건망증이다.

어제 같이 식사했던 안사돈은 외출해서 아들한테 전화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회사에 있는 아들한테 가스불 안끄고 나왔다고 몇번씩 심부름을 보냈었다.

이러니 나는 예전에 비하면 아주 가벼운 건망증에 불과하다.

 

이런 얘기하면 나도...나도... 할 사람 참 많을것 같다.

올해의 표어 역시 불조심이 되어야겠다.

자나 깨나 나가나 들어오나 앉아있으나 서있으나

가스불 조심 !!! 

 

 

너무 계속 추운 날씨

봄은 오고야 말텐데

더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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