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4월 17일 토요일) 성연이는 울고 갔다.
낮에 작은애가 애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내집에 왔었다.
즈네집보다 좁고 애들이 볼만한 책도 없고 장난감도 없지만 짐볼을 가지고 놀고
기타도 한번씩 튕기다가 TV속으로 빠져 버리다가 점심먹고 낮잠도 잤다.
낮잠 자기전 약속이 놀이터에 가기로 하는거였는데
먼저 잠이 깬 성연이가 할머니랑 놀이터에 가야 한다는걸 강조했다.
지 생각으로는 즈네집 앞 놀이터를 생각한 모양으로 할머니랑 같이 가는걸 기대했던 것 같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우리집 근처 놀이터에 갔다가 저녁을 먹고 가겠다고 해서
애들 먼저 내보내고 뒤따라 놀이터에 갔더니 성연이가 뛰어오며 반긴다.
성연이가 가는곳에 할머니는 꼭 같이 가야하는것이 성연이의 법칙이다.
오후 내내 우리집에서 놀고 자고 때로 울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을 먹었으니 이제 집으로 가야 할 시간.
대문밖에서 성연이는 그예 울고 말았다.
할머니가 같이 안간다는 이유 때문에.....
2월중에 작은딸이 간단한 수술을 하였기에 열흘가량 작은애네 가 있었고
그사이 둘째놈 성연이는 할머니의 왕팬이 되어 버렸다.
원래 할머니랑 단짝이였는데 같이 있는 동안에 할머니는 제편이라는 확신이 더 들었는지
엄마 아빠한테 조금만 서운한 일이 있으면 으례히 할머니한테로 달려온다.
또 엄마 아빠 떨어져서 할머니랑 같이 잔다.
그러다 보니 늘 할머니가 자기옆에 있기를 바래서 집에 올때마다 거짓말을 해야한다.
처음에는 병원에가서 주사 맞아야 한다는 핑계를 대다가
성연이가 책을 보고 두더지를 무서워한다길래 두더지 잡으러 가야 한다며 나오곤 했다.
그것도 며칠...
이제는 자기도 두더지를 잡으러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괴물까지 추가해서 할머니가 괴물도 잡아야 한다고 뻥을 치고 나온다.
아직 어린 성연이는 할머니의 뻥에 수긍하면서 나를 보내주곤 한다.
성연이는 좋다 싫다가 분명한 아이라서 차근차근 설명을 듣고
스스로 수긍이 되어야만 다음 행동을 하는 꼴통성향이 있어
무조건 야단치든가 하는 행동은 역효과가 나기때문에 늘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대문앞에서 우는 성연이에게 할머니는 두더지랑 괴물을 잡아야 해서
같이 갈수 없다는데도 한번 터져버린 울음이 쉽게 그쳐지질 않는다.
이런때는 오버액션도 필요하다.
집에 두더지, 괴물이 지나간다면서 무서운척 했더니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순순히 아빠의 손을 잡고 갔다.
갈때마다, 올때마다 할머니는 두더지며 괴물에다 늑대, 거미 등등
책에서 본 모든 무서운 것들을 잡는 용감한 사냥꾼으로 변신해야 한다.
어느 새벽에는 자다가 말고 할머니를 부르며 울어서
지 엄마가 옷입혀 줄테니 할머니한테 가서 살아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하니
성연이의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눈물겹다고나 할까?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할머니의 뻥도 효력이 없어질것이다.
호연이는 할머니의 뻥을 그것이 거짓말이라며 성연이에게 고자질도 하지만
아직 성연이는 할머니를 더 믿는지 대체로 할머니의 뻥을 수긍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엄마 아빠를 떼놓고 할머니하고만 있는걸 바라는건 아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시작해서 세돌이 지나도록 함께 있으니까
할머니의 존재는 늘 곁에 있어야 하는걸로 인식이 되어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은이는 할머니가 간다 소리만 하면 지가 먼저 밖에 나가 있으려고 해서
인사는 뒤로하고 무조건 문닫고 내달아 달려 나온다.
하형이나 하은이는 할머니보다 이모를 더 좋아하니 그나마 내가 수월하다고 할까?
바라기는 우리 손주들이
무한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알고 깨닫는 신실한 믿음의 자녀들이 되고
말씀안에서 평범한 삶을 잘 살아주는 손주들이 되기를 바라며
날마다 즈네들을 위해 기도하는 할머니의 사랑을 기억해주는 손주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스개 소리로
시집살이, 남편살이, 끝내고 딸살이까지 겨우 끝내고 나니 이제는 손주살이까지 한다....며 웃었다.
*어제 집에 가서도 할머니를 부르며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래도 오늘 교회에서는 혼자 떨어져 유아부 예배 잘 드리고 할머니 바이 바이...하며 웃으며 갔다
잡은 손 안놓으려고 하긴 했지만.....*
2년전 5월 성연이 데리고 산책나온 할머니 (할머니는 배경으로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