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양력으로 하면 오늘이 내 생일이지만 큰애네 결혼기념일과 겹쳐서 나는 계속 음력생일을 기억해야한다.
늦잠 좀 자려했는데 그것도 틀렸다.
저 아랫녁 아랫동서한테 감태를 좀 보내달라고 하고 신선한 자연산굴을 부탁했더니
오전 11시도 안되서 작은애네로 가지고 온다는 연락이다.
감태...가 무언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파래보다 훨씬 더 가느다란 해초, 맑은물에서만 사는 해초다.
이 감태를 묵은 김칫국물에 삭혀서 먹으면 그 맛이 시원한데
결혼하고 시어머니가 아들 먹으라고 보내주던 그때맛이
겨울이면 특히 명절때면 생각이 나길래 동서한테 부탁했던 것.
그동안 9개월간의 출근으로 아침에는 늘 그시간에 일어나게 되지만
어제의 피로로 오늘은 한시간 더 누워 있다가 11시에 다녀가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으려 11시가 넘은 시간에 작은애네 가보니 아직 도착전이다.
잠시후에 도착한 자연산 굴과 감태와 쑥떡......고구마 막걸리 등등.
"그래...이맛이야" 초고추장을 찍지 않아도 짭쪼롬한 굴의 향기가 입안 가득
굴을 까서 바로 가져온 거라 바다냄새가 그득하고 감태 역시 싱싱한 바다가 연상된다.
명절이면 쑥을 듬뿍 넣어 만드는 쑥떡도 입맛을 돌게 하지만 애들은 별로인 듯하다.
큰집에 가서 세뱃돈을 두둑히 받은 호연이.
"호연아!..너 돈 많으니까 엄마 아빠 할머니 저녁 한턱 낼래?"
고개를 끄덕이는 호연이
"이따 저녁에 칼국수 먹으러 가자"
"네"
작년 언젠가도 호연이 돈으로 칼국수 얻어먹고 좋아한 우리 모녀
저녁을 호연이 세뱃돈으로 칼국수 먹을 생각에 기분 좋아서
그렇게 아침겸 점심을 먹고 우리 모두는 거실에 누워 낮잠을 잤다.
한잠 푹 자고 일어난 호연이네 식구들과 근처 칼국수 집으로 가서
칼국수에 보쌈까지 시켜 먹고 배부르게 먹긴 했는데
돈을 보여주면서 이만큼 네 돈으로 내야 한다고 했더니 호연이가 망설인다.
한참을 생각한 호연이, 아빠가 따로 먹은 비빔칼국수값은 안내고 싶은지?
결국 호연아빠가 계산하고 나오니 그때야 얼굴에 웃음이 살아나는 호연이.
어른들은 계속 킥킥 대며 웃었다.
성연이는 여전히 할머니를 집에 못가게 한다.(그때 그때 기분이 달라지지만...)
오천원짜리를 가지고 있다가 할머니집에 갈때 택시비로 낼거라나?
"성연아...할머니 집에 가야하는데 성연이가 택시값 낼거야?"
"네!...택시 타고 가서 내가 낼거예요" 한다.
"그럼 너 할머니랑 같이 할머니집에 갈거야?"
"아뇨"
그럼 그렇지....
그리고 짐 챙겨서 나오는데 성연이가 얼른 저금통에서 오천원을 들고 나오더니
씩~~웃으며 나를 준다.
"할머니 택시 타고 가"
이런 이런.....
그래
오늘 그냥 내 생일 하자
큰손주가 칼국수 사주고 작은 놈이 택시비 주니 더 바랄게 뭐람
4살짜리 손주한테 택시값 받은 할머니 있으면 나와 보라구 해!
작년여름 교회에서....뒤엣놈이 호연이 앞엣놈이 성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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