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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설빔

 

설이 돌아온다.

어릴때 명절을 앞두고 엄마의 일은 내 한복을 짓는 일이셨다.

그때만해도 한복은 꼭 명절때만 입는 옷은 아니였다.

엄마는 물론이고 언니들은 계절을 따라 한복을 해입었고

아버지도 겨울엔 솜을 두툼하게 넣고

여름엔 모시나 베로 늘 한복을 입고 계셨었다.

나도 엄마가 지어주신 아니면 언니들이 만들어 준 한복을

특별한 날이 아니여도 잘 입었고 설날에는 특별하게 지어준 한복을 입었었다.

 

명절에 내가 한복을 꼭 입어야 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세뱃돈 때문이였다.

아버지께 인사오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다과상을 들여 보내면서

뒤따라 들어가 곱게 세배를 드리면 오시는 분들은 세뱃돈을 주셨었다.

그뿐인가.

인근의 아버지의 친구분들이나 지인들 댁에도 꼭 세배를 다녔다.

 

아버지 나이 50이 다 되어 태어난 귀여운? 막내딸의 세배를

아버지나 지인분들은 즐겨 하셨던 것같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중학교때까지 설빔을 해주셨다고 기억된다.

시대가 어려울때라 고급양단의 한복을 철따라 해입는것은 아무나 받는 혜택은 아니였다.

위로 오빠들만 있었고 하나 남은 막내딸이였기에 가능하기도 했을게다.

가세가 기울기 시작한 중학교부터는 그런 일이 사치가 되버렸는데......

 

그러다 정작 내 딸들에게는 한복을 제대로 입히지 못했다.

점점 한복에 대해 경시하는 풍조이기도 하고

설이라고 한복 가려 입는 일이 촌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으니까.

 

손주가 네명이 되고

작년에 하은이 돌때도 한복을 안해준 것이 늘 찜찜해서

지난 정월 초하루에 온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한복타령을 했다.

 

하은이만이라도 한복을 해줘야겠다고........

아니면 한집에 한놈씩 막내들만 해줄까?...했더니

해주려면 다 해줘야지 막내들만 해줄수 있겠느냐...며

손주 네명 한복을 다 해주자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하루, 동대문을 나가 한복 기성복을 사주고 혼자 기분 뿌듯해졌다.

세상은 정말 좋아져서 마음에 드는 걸로 돈주고 사기만 하면 된다.

아주 비싼것도 아니고 그저 값도 무난하고 색갈도 무난한걸로 골랐다.

한복입혀 놓고 사진 찍은걸 본 손주들 외할아버지의 문자.

장가들때까지 사주겠다!!!! 라는 큰 소리....과연 그래 줄까?

 

 

계집애들 한복값이 훨씬 비싸다.

제일 어린 하은이

 

예쁘죠?

 

 

 

치마길이가 너무 긴가?

3년은 입겠다.

 

 

 

하형이의 애교포즈.

 

 

성연이랑 호연이 사진은 내 휴대폰으로 급하게 찍었다. 

 

한복을 안입으려는 성연이

지렁이젤리 세개 주면서 꼬셔서 입혔다

 

 

처음 산 색상은 다른색이였는데 바느질이 허접해서 바꿨더니

본의 아니게 하형이랑 같은 색상으로 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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