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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쌓이고 또 쌓이고

오늘은 온통 눈에 대한 소식밖에 없네요.

어제밤에 잠을 청할때만 해도 오늘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리라는 걸 누가 알았겠어요?

기상청도 모르는걸 나인들 알았겠어요?

아마도 하나님만 아셨을거예요.

아침에 티브이를 켜니 눈소식이 먼저 귀에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현관을 열어 보니 우와~~~~~

정말 눈이 많이 많이 내렸는데 거기다 계속 쏟아지고 있었어요.

 

미국에 있을때 생각이 났어요.

폭설이 내리면 무조건 학교가 휴교를 하더군요.

지금 여기는 방학중이니 다행이지만 어린이집은 어쩌죠?

또 오늘은 신년하례식이 있는 날일테니 이 노릇을 어쩐다죠?

 

혹시 정말 혹시나 어린이집이 휴원하지는 않나......했지요.

큰애가 전화를 했더군요.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는데 차량운행이 안되니

꼭 필요한 사람만 연락을 하라고 했다네요.

하형이는 당연히 안가는거고 몇명이나 올지 모르겠다고......

어린이집에 전화해보니 올 애들은 왔다고 합니다.

나의 이 작은 바램, 혹시나...하는 생각은 어리석은거였지요.

 

오래된 등산화를 신고 밖에 나오니 눈바람이 불더군요.

길은 미끄럽지는 않았어요.

눈이 계속 쌓여있고 또 쌓이는 중이니까요.

원래 출발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왔는데 내가 탈 버스가 설설 기면서 빨리 오는군요.

아니면 벌써 갔어야 할 버스가 늦게 왔던지요.

 

중간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야 걷지 않고 갈수 있는데

밖을 보니 아주 낮은 언덕길임에도 버스가 제대로 움직이지를 않는군요.

원래대로 성산회관앞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서 걸어 갔어요.

사람도 없고 차들도 안다니고 눈들은 그대로 쌓여 있군요.

어린이집에 도착해보니 일찍 출발했슴에도 늦게 도착되었어요.

 

눈은 계속 쌓여 가고 있었어요.

드디어 퇴근시간이 되었군요.

어느 교통수단을 이용해 어떻게 집까지 갈까.....

마을버스 정류장쪽으로 가고 있는데 근처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어느 외국인청년과 이야기하다가 나를 보더니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거였어요.

 

"왜그러세요"

"여기가 맞는데 이 사람이 찾는곳이 어딘지 모르겠어요"

인터넷에서 뽑은 지도를 보며 난처해 하길래 잘난척하느라

"어딘데요?" 하고 참견을 했지요.

자세히 보니 옆골목 어디쯤의 게스트하우스를 찾는거네요.

"따라 오세요" 하고 청년을 데리고 갔어요.

"어디서 왔어요?"

"호주에서 왔어요"

"혼자?"

"네. 혼자.. 일본에 갔다가 오늘 도착했어요. 눈이 많이 오네요."

 

다행히 게스트하우스는 금방 찾을수 있었는데 집에 아무도 없네요.

문앞에 붙여놓은 메모지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주인이 금방 온다면서 기다리라고 하네요.

문앞에 청년을 앉혀두고 친절한 비파씨는 밖으로 나왔답니다.

 

내가 탈 마을버스가 내 눈앞에서 멀어져 가네요.

나는 다시 길을 건너 반대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답니다.

홍대앞에서 전철을 타기위해 말입니다.

그렇게 집으로 오는 집앞 골목길은 누군가 열심히 쓸었슴에도

한쪽으로 모아놓은 눈은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오늘 무기없이 전쟁터에 잘 다녀온 기분이예요.

내일은 또 어떻게 다녀올까 걱정이지만

내일 염려 내일 하랬으니 오늘은 잘 먹고 잘 자려고 합니다.

관측사상 최고의 눈이라죠?

그런데 눈맞으며, 푹푹 빠지며 다니니까 힘은 들어도 재미있더라구요.

 

새해 첫글의 인사가 좀 생뚱맞네요.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께 늦은 새해인사 드립니다.

 

 

 

                                            이 사진은 2006년 필라델피아에 내렸던 눈사진인데

                                            오늘의 서울과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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