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네 하형이한테 즈네 아빠가 물어 보곤 한다.
"하형아..니네 어린이집 주방선생님이 누구니?"
"몰라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럼 주방 선생님이 누군가 알아 와!"
"안돼요. 2층에 올라가면 안돼요."
하형이를 보면 나도 한번씩 물어 본다.
"하형아..느네 어린이집 주방선생님이 누구니?"
"아이...몰라요"
그래..
모를수 밖에 없지.
어린이집은 이층집으로 된 단독주택인데
아랫층에는 네반의 원아들이 있는 곳이고
이층에는 원장실과 영아반과 주방이 있어
애들은 이층에 절대 올라 오지 못하게 하니까...
하형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아랫층에서
어찌 이층의 주방에 있는 주방선생님을 알수 있겠나.
그 주방선생님이 즈네 할머니인걸 어찌 알수 있겠나.
그 어린이집 원장은 큰애네 교회집사님이고
어린이집 주방에서 일할 사람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해서
정말 생각지도 않은 그런 상황에서 큰애의 전화만 받고
나는 무조건 오케이했었다.
하루 네시간 점심만 해주는 일이고 도우미도 있대고
음식하는 일이고 집에서 멀지도 않고 일하는 선생님들도
큰애네 교회 집사들이여서 편하기도 하고...
좋은 조건들만 가지고 있는 뜻밖의 일자리가 아니던가?
대학 졸업할때 두개의 자격증을 얻었지만
결혼과 함께 증서로만 남아 있을 뿐,
영양사 자격증이나 교사 자격증 모두 쓸모없이 사장되어 버렸다.
또 그게 언제적 얘긴가? 40년전 이야기인데.....
결혼하고 세월이 가고 애들 결혼 시키고 손주들 키우고
그러면서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은 음식하는 일밖에 없게 되었다.
그 제일 잘하는 일로 용돈이라도 벌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지...
그로부터 한달이 지났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해서 11시 30분까지
애들과 선생님 먹을 점심의 준비를 끝내는 일은 좀 고되긴 하다.
30명 정도가 먹을 양을 한시간여 동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그 일이 끝날때 까지 땀도 많이 흘리고 다리도 아프고 정신이 없다.
식단은 미리 짜여져 나오고 재료도 다 배달되어 오지만
짧은 시간에 식단대로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생전 들어 본적도 먹어 본적도 없는 메뉴라 당황할 때도 있고...
이제는 많이 적응이 된것 같다.
일 끝내고 2시에 퇴근하면 (대체로 2시가 넘지만...)
집에 오는대로 샤워하고 누워 쉬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다음날 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되도록 애들 집에도 안가고 집에서 쉬지만
5월 중순부터 나를 찾아 온 감기가 도무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아 고생이 많았다.
기침부터 시작된 감기는 병원과 약국에 많은 돈을 헌납하게 했고
병원을 옮겨 가며 약도 바꾸고 오미자도 사서 차로 마시고
별별 짓을 다한끝에 한달후에야 겨우 그쳤지만
그후부터는 콧물이 나를 괴롭혀서 전화 하는 사람들마다
내 목소리가 섹시?하다고 할 정도로 코맹맹이 소리를 했는데
귀까지 먹먹해서 다시 병원에 가니 중이염이라는 소리에
또 약을 달고 다녀야 했다.
피곤하니까 감기가 낫지를 않는 모양이였다.
7월이 되어 이제서야 겨우 감기는 나간 듯하다.
아직도 내 목소리는 약간의 애교를 보여 주지만
그동안 음식하는 사람이 기침하다 코도 풀다가
갖은 소리를 다 내며 음식했으니 옆에 있던 사람들한테 미안했다.
내가 땀 흘려 번 돈의 십일조를 하나님께 드리는 기쁨
그 기쁨으로 요즘 나는 많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