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말복 전날에 민어를 잡았다.
그 날 새벽 목포 어시장에서 길이 1미터가 가깝고
무게는 무려 10 Kg이나 되는 산 민어를 경매로 사서
얼음으로 꽁꽁 채워 저녁 7시에 우리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작은딸네로 공수되어 왔다.
예전 결혼하기 전까지
여름 복날마다 우리집은 민어잔치를 했었다.
아버지는 새벽시장에 가셔서 아버지 키만한 민어를 사가지고 오셔서
회 뜨고 어포 뜨고 구워 먹고 나머지는 호박 넣은 얼큰한 매운탕을 끓이게 하셨는데
나는 어느집이나 그렇게 복날을 지내는 줄 알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렇게 먹는 집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결혼하고 나서 나는 민어 구경도 못해보았다.
작년에 작은언니가 병중에 계실때 민어이야기를 하기에
이마트에 가보니 동태만한 민어가 있어 몇번 끓여 드렸었다.
옛날 맛은 아니여도 민어니까....하고 끓여 드렸는데
나이가 들수록 어릴때 먹었던 것들이 더 그리워 지는가 보다.
올해 들어 어찌어찌하다 민어 이야기가 나와 그렇게 큰 민어가 공수되어 왔다.
필러로 우선 비늘을 벗겨야 하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애들 모두 이렇게 큰 생선은 처음 보았다고 신기해 한다.
두 사위가 붙들어 주어 비늘을 벗기고 대가리 내려 치고
회칼도 없이 회를 뜨고 매운탕 끓이고......
그러는 중에 세접시 가득 담겼던 회는 바닥을 보이고....
회만 먹고 이렇게 배부르기는 처음이라며 온 식구들이 배를 두드린다.
그 옛날 어포 만들어 장독에 말리려고 널어 놓으면 그것 먹고 싶어
막내오빠랑 살금 살금 몰래 훔쳐 먹었는데....(어포는 어른들 술안주였기 때문에)
매운탕으로 우선 한 냄비 끓여 먹고 나서도 민어 대가리는 그냥 남았다.
회뜨고 중간 중간 살도 그냥 있으니 이건 내 몫이라 집으로 가져 오고
다음날 이 큰 대가리 해체하려니 한참이고 끓여서 애들 나눠 주는일도 만만치 않다.
중간 중간 회뜨고 남은 살은 이번 추석에 생선전 한접시 만들어 먹었다.
이 큰 민어 잡고 부실한 몸 밤새도록 뻐근했지만
오랜만에 옛맛을 생각하며 먹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미국에 계신 큰언니에게는 전화로만 자랑하고
작년에 돌아 가신 작은 언니 생각도 간절했다.
사진으로 보니 별로 큰것 같지 않다.
작은애네 싱크대가 좀 큰편인데도 다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집에 온 대가리를 놓고 사진부터...
계속 째려 보고 있어서 혼자 쩔쩔매고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니가 암만 노려봐도 하는수 없다.
호박 넣고 끓이는데 큰 냄비 두개로도 모자랐다.
민어 노래는 없어 명태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