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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사람 잡은 牽引 治療

 

사람 몸 중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어디 있겠냐만은

중심을 잡아주는 척추에 문제가 생긴지 한참 되어

그동안 물리치료다 침이다 해서 가끔씩 심한 통증만 다스려오다가

올해 작은딸네 해산도우미로 몇달 애들 보아주고

여름엔 언니의 암투병으로 강남성모병원을 이틀이 멀다 하고 다니려니

부실한 허리병이 더해 지난 목요일에 다시 병원에 갔었다.

 

일주일에 한번 혹은 열흘에 한번

아주 심하게 아프면 한번씩 가서 물리치료만 받은터라

별 효과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씩 치료를 받으면 며칠은 또 버티길래

없는 시간 쪼개서 병원에 간거였다.

 

척추 4번과 5번 사이가 좁아져서 견인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전에도 간간이 받았었고 견인치료를 받고 나면 허리가 시원해지는 느낌도 있었기에

그날도 견인치료를 신청하고 물리치료실로 올라갔다.

 

뜨거운 찜팩과 초음파치료에 전기찜질 가뿐하게 하고 견인치료실로 이동

20분동안 견인치료를 끝내고 일어서려는데 꼼짝을 할수가 없었다.

앉는것까지는 하겠는데 두발로 일어설수도 걸을수도 없어 도로 앉아

호출벨을 눌러 치료사를 불러 통증을 호소하는데 눈앞이 캄캄해진다.

 

세명의 치료사가 나를 부축하려 했지만 도저히 한걸음도 떼어 놓을수가 없어

뜨거운 찜팩을 가져와 나를 도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고 좀 쉬라고 한다.

 

이게 무슨일이람.

치료 받으러 왔다가 허리를 못쓰고 누워 있다니

똑바로 누워 있으려니 좀 나은것 같아 허리를 살짝 들어 보려 했는데

아~~그 통증이라니!!!

 

20분쯤 누워 있으려니 치료사(전부 나이 어린 아가씨들)들이 와서

좀 걸어 보라고 한다.

처음보다는 나아진것 같아 걷는데 여전히 나혼자는 걸음을 떼어 놓을수가 없다.

물리치료침대에 누워 원적외선을 쬐며 좀 쉬셨다가 전기찜을 해주겠다고 하며

치료사들은 점심 먹으러 식당으로 가버린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허리를 못쓰게 되면 어떡하나.

언니한테도 가봐야 하고 애들한테도 가봐야 하고

아니 당장 내집까지도 혼자 못걸어 갈 지경이니......

 

30분쯤 지나니 점심 먹고 온 치료사들이 전기찜을 해준다.

그래....이거 끝나면 괜찮을거야.....혼자 위로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가 끝나고 천천히 일어나 보니 아까보다는 조금 나은것 같은데

혼자 걸으려니 배만 앞으로 내밀어지고 걸을수가 없었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간신히 진료실로 내려와 원장에게 다시 진료를 받고

주사 한대 맞고 처방전을 받아 내려 왔다.

 

원장이나 치료사들 말은 힘줄이 뭉치면 그럴수도 있다면서

괜찮다고 하는데 즈네들이 안아프니 하는 소리지.....

 

병원에서 골목 두개 지나면 내집인데 정말 거의 기다시피 해서 집으로 왔다.

그렇게 집에 오니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아침도 간단히 먹은데다

점심도 못먹고 2시가 넘은 시간이 되어 머리까지 혼미해 진다.

그래도 약을 먹어야겠기에 점심을 차려 먹는데 덜덜 떨면서 주저 앉아 먹었다.

 

난 아프면 안되는데...

누가 챙겨 줄 사람도 없는데...

애들한테 폐 끼치면 안되는데...

언니가 언제 임종할지 모르는데...

이런 저런 생각에 견인치료 받은 내 자신이 못마땅하다.

 

연락을 받고 작은딸이 먼저 다녀 가고

큰딸은 밤중에 다녀 가고 나는 계속 잠자고 밥 먹고 약 먹고...를 계속 했다.

 

다음날 간신히 일어나 물리치료 받으러 가서 X-Ray 찍어 보자고 했다.

사진으로는 별 이상 없다고 물리치료 계속 받으면 나을거라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구부정하게 걷거나 배를 앞으로 밀고 걸어야 했다.

 

하긴 이틀째 치료 받고나니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긴 하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X-Ray 값이랑 물리치료비는 못주겠다고 했더니 순순히 그러란다.

 

진통제랑 소염제를 먹으면 눈이 좀 붓는 부작용이 있는데도

얼른 나을 생각에 아주 열심히 밥 먹고 약 먹은 덕인지

셋째날은 조금 더 나아져서 심한 통증은 없었지만

병원에 가서는 약간 엄살을 부렸다.

이날은 원장이 먼저 치료비를 내지 말라고 한다. ㅋㅋ

 

내 허리치료에는 견인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

앞으로 절대 견인치료는 안받을 생각이다.

두번 다시 그런 허리통증은 경험하고 싶지 않으니까.

 

덕분에 뱃살이 더 나왔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 운동해야 할지.

쉬어야 할때를 못찾고 너무 무리해서 생긴 병일테니

그 때를 잘 알아 병 걸리지 않게 해야 할텐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덜 아프니까 치료비 깎은게 좀 미안하다.

그래서 내일은 정중하게 치료비를 내야지.

 

얘들아.

엄마 아플때 달려 와줘서 고마웠다.

앞으로 더 조심해서 안아프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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