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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싱크대앞에서?

 

예전에는 딸들이 시집가면 시집귀신이 되라고 친정나들이도 못하게 했던때도 있다.

영화를 봐도 옛날영화에서 시집온 딸들은 친정엄마가 그리워 우는게 다반사고

어쩌다 정말 몇년만에 친정나들이를 하기라도 하면 눈물의 상봉이요 눈물의 이별이기도 했는데......

 

내가 결혼할 때만해도 남편의 주장은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갓덕은 안본다...고 했고

화장실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고 했건만...................

그래서 나도 되도록이면 친정에서 멀리 아주 멀리 시집을 갔고

신혼집도 영등포에서 멀리 도봉구에 마련하였었다.

 

큰딸을 낳을때는 그 일주일전에 둘째올케가 득남을 해서 울엄마는 내게 와보시지도 못하고

올케 해산구완을 하셨고 나는 또 멀리 사시는 시어머니가 와서 뒷바라지를 하셨다.

그때는 시어머니가 딸보다는 며느리와 함께 살면서 살림을 주관하실때라서

나는 울엄마의 맛난 음식을 그리워만 했었는데 어쩌다 언니편에 보내 주셨던 반찬을 보면

내 입맛과는 영판 안맞는 시어머니 반찬은 제쳐 두고 엄마것만 먹었었다.

 

그러다 세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며 딸가진 엄마는 비행기타고 아들가진 엄마는 리어카 탄다?..라고

억지 인심을 내세워 딸가진 엄마들을 위로하는 말도 생겼다.

둘째딸을 낳았을때는 울엄마는 너무 연로하셨고 아들손주들을 봐주시느라

나는 또 작은언니의 신세를 져야했다.

시어머니는 몸이 안좋으시다고 아예 상경도 하지 않으셨고......

 

종갓집 큰며느리가 딸만 둘을 낳았으니 별로 예쁘지도 않은 며느리 뒷바라지 해주고 싶지 않았겠지.

딸 둘 낳고 별소리로 설음 당하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세상이 정말 바뀌어서 여자들 소리가 하늘을 찌르는지라

요즘은 장모들의 파워가 쎄져서 아들가진 엄마는 아들 낳아 처가에 헌납한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돈많은 장모들이나 그 파워가 하늘을 찌를까.....

요즘 친정엄마들 모두 그렇게 호강하지는 않을게다.

 

누가 그러더라.

"친정엄마는 싱크대앞에서 죽고 시어머니는 문밖에서 죽는다.....

 그나마 친정엄마는 집안에서 죽지만 시어머니는 안에도 못들어 온다....?"

 

이야기 들을때는 너무 재미 있어서 배꼽 잡으며 웃었는데 그냥 웃을 이야기는 아닌듯 하다.

 

딸둘이 시집을 가서 애들을 출산하면 내 경우와는 반대로 지금은 친정엄마가 뒷바라지를 하게 되어

나도 벌써 세명의 손주들을 봐주고 있고 내년 1월에 또 한 손주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옛말에 "애 보느니 차라리 일이나 한다" 라든가 "애 보느니 차라리 깡통을 들고 비럭지한다" 했다.

그만큼 애 보는일이 쉽지 않을뿐 아니라 아예 안하는게 좋다는 얘기일게다.

 

하지만...

내 딸들이 조금이라도 아프든지 불편하든지 하면 내가 마음이 안놓여서

내 자식 위하는 맘에 딸네집에 안갈수 없는 걸 어쩌랴.

게다가 고물고물거리는 손주들을 안보면 궁금하기도 하고 눈에 밟혀서 하루를 넘기기 힘든걸....

 

좀 무뚝뚝한 집안 내력의 성격으로 언니들은 내가 손주들을 물고 빨고 하는게 가증하기까지 하다며 뭐라 하지만

내가 낳은 단 두명의 딸들이 낳은 또다른 내 분신인데 이 외할머니의 과잉사랑이 무슨 흉이란 말인가.

 

내 소망은 그저 두 딸네 가정이 하나님 잘 섬기는 화목한 가정으로 세워지고

그들에게 맡기신 생명들을 또 믿음 좋은 자녀로 키우도록 하는것 뿐.

 

그런데 그일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여서 내몸은 자꾸 늙어가고 사그러만 간다.

그래도 어쩌랴........

 

비록 싱크대앞에서 죽더라도 내 자식들이 바르게 잘 살게 된다면 이땅에서 내가 할 일의

대부분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외할머니의 주제가가 있는데

8개월짜리 성연이는 그 노래만 불러주면 조용해지니 이것도 보람이라면 보람일까?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예수 믿으면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으리로다 영생을 얻으리로다."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합시다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합시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예수님 찬양합시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예수님 찬양합시다.

 

두곡을 메들리로 계속 불러주면 투정도 안부리고 조용해져서

이제는 재울때나 달랠때마다 온식구들이 이 노래를 불러 준다.

 

친정엄마들이여!

싱크대앞에서 죽더라도 자녀들을 바르게 잘 키웁시다.

 

시어머니들이여!

문밖에서 안으로 들어와 싱크대에서 같이 일합시다.

 

자녀들이여!

내부모 네부모 가리지 말고 효도 합시다.

 

(큰딸네 집에는 자주 못가서 미안하지만 앞으로는 자주 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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