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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막내는 서럽다

 

언니의 발병을 알게 된건 7월이였다.

나이 80이 되었어도 언니는 나보다 건강해 보였다.

몸 아픈데도 없고 일도 다니시고, 피곤해도 새벽예배를 거르는 적이 없고

새벽예배때마다 설교하시느라 힘드시다며 목사님 간식까지 챙기는 분인데....

 

지난 7월 언니네 다니러 갔다가 언니 왼쪽 겨드랑이에 생긴 주먹만한 혹을 발견했다.

언니는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혹이 그 정도로 클때까지 몰랐다니...

예민한 성격인데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하필이면 내가 그 혹을 발견하였다.

 

평소에 감기가 들어도 스스로 민간요법으로 처치하면서 병원에도 안가고

약도 사먹지 않던 언니지만 그래도 찜찜했는지 강북삼성병원에 가서

CT촬영하고 악성임프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임프종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흔치 않은 종양이라고 한다.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은 종양이라지만 언니의 경우 악성에 말기까지 진행됐고

언니 나이도 많으시고 여러가지 변수도 염려되어서

나나 주위 사람들은 항암치료를 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언니의 두 아들들이 건강하시던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실거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 들일수 없었는지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남은 시간이 2,3개월이라는 말에

항암치료만 잘 받으면 좀더 사실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그리했을것이다.

 

임프종의 권위라는 인터넷 소식을 접하고

강남 성모병원에 입원하여 항암치료를 받은것이 7월 20일경.

그 후 지금까지 언니의 투병은 보는 사람들이 더 힘들 지경이다.

 

강북삼성병원에서 받은 검사를 강남성모병원에서 다시 처음부터 하고

겨드랑이 혹 조직검사를 더 하고 결과가 나온후 1차 항암제를 맞을때 쯤

언니는 벌써 지쳐가고 있었다.

 

1차 항암제를 맞고 3일후에 퇴원했다.

보통 항암제를 맞고 8일후 쯤엔 백혈구수치가 떨어져서 병원에 들어가

백혈구수치를 높여주어야 한다.

항암제 맞고 3일후에 퇴원했으니 퇴원하고 5일후에 재입원해야 하는데

3일도 안되서 언니는 응급실로 들어 가야 했다.

열이 높아서였다.

응급실에서 이틀을 보내고 무균실로 가야 하는데 병상이 부족해서 1인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열이 높다는건 감염의 위험을 알리는 거라 열이 조금만 올라도 비상이다.

그런중에 백혈구수치가 떨어지고 백혈구수치를 올리기 위해 또 비상사태.......

백혈구수치가 정상이 되어 안심하던차에 겨드랑이혹 수술했던 자리가 터져버리고

결국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병실을 옮겨 항생제 투여 15일.

 

간신히 퇴원했다가 다시 열이 올라 응급실로 병실로.....

그때까지만해도 언니는 심심하다며 뜨개질 하는 여유도 부렸었다.

2차 항암투여하고 퇴원해서 다시 백혈구수치가 낮아져 병원에 가야할 날이

지난 추석이였는데 그 이전에 언니는 벌써 전보다 훨씬 힘들어 하셨다.

 

다시 응급실을 거쳐 완전무균실에서 5일을 계셨고 격리실에서 또 5일

지금은 일반병실로 옮겨 계속 주사와 약으로 보내고 계시는데

CT 촬영결과 그동안의 항암제가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암이 더 활성화되고 심장에 혈전이 생기고 콩팥에도 문제가 생겨

더이상의 항암투여를 할수가 없게 되었다는 의사의 말이다.

 

영양가있는걸로 잘먹으면 예전처럼 기운을 차릴수 있을거라고 믿으면서

끼니마다 챙겨주는 음식을 열심히 먹는 언니를 보면서 나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주님이 기다리시니까, 아름다운 천국에 갈거니까

언니 힘내고 끝까지 잘 견뎌야 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은데 언니 얼굴을 보면 차마 그말이 안나와서 몰래 울고는 한다.

 

나는 7남매의 막내다.

24살때 아버지가 돌아 가셨고

35살때 엄마가 돌아 가셨다.

마흔여섯살때 막내오빠가 소천하셨고

마흔여덟에 셋째오빠가 돌아 가셨다.

 

제일 큰언니는 82세로 아직은 건강하게 미국에 계시고

그밑으로 작은 언니, 큰오빠, 둘째오빠가 남아 있는 내 형제이다.

큰오빠 둘째오빠 모두 칠십이 훨씬 넘은지라

혹 막내인 내가 좀더 오래 산다면 나는 내 형제들의 죽음을 모두 보아야 한다.

그리고 외톨이가 되어야 한다.

 

언니가 부모같지는 않더라도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니

그저 계신것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언니인데 언니마저 돌아가시면 그 허전함을 어찌할지.....

 

그래서 막내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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