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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바람 불어 좋은 날(하루)

 

 

 

 

강남 바람

 

어제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부는 화요일

벌써부터 약속한 숙희네 가는 날

가는 날이 장날이요, 열흘 빌어 하루 쓸날이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친구인 네명이 만나는 날이 비오고 바람부는 아주 쓸쓸한 날이다.

내가 미국 다녀 오기전에 한번 만났을뿐 넷이 함께 만나기가 참 오랜만이다.

강남 여자 숙희, 인천댁 현주, 상록수 여사 의전이

동서남북으로 갈라져 살아서 함께 모이기가 힘들어 이번에도 아주 어렵게 만났다.

숙희네가 서초동 새 아파트로 이사간지 2년이 되었는데 이제서야 집들이를 하게 된 것이다.

 

어제 날짜로 지로를 보낼것이 있어 약속시간보다 두시간을 앞당겨 집에서 출발

녹번역에 있는 농협에 들어가 번호표를 뽑는 순간

아차!! 가장 중요한 지로용지를 안가지고 나왔다.

집에 다시 갈수도 없어 그냥 3호선 타고 강남역에 내려 어슬렁거리는데

고맙게도 의전이도 전철타고 일찍와서 내앞에 짠~하고 나타났다.

천생 연분 친구사인게지....

 

케이크도 살겸 뉴욕제과에 들어가 둘이서 일차 수다를 떨고 약속시간이 되어

전철역에 나가 현주를 기다리는데 현주도 제법 일찍 오고

셋이 바람부는 강남역에서 반가운 해후를 즐기는 중에 숙희가 뛰어 온다.

강남여자는 역시 다르다.

바람불고 추운 날씨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왔으니....

근처의 보리밥집에 가서 보리비빔밥 먹고 숙희네 가서 하루종일 수다떨었다.

아무것도 못한다는 숙희는 우리를 위해 부침개도 마련하고 과일이랑 차도 준비하여

손님맞이를 알뜰하게 했고 갤러리같이 잘 꾸며 놓은 깔끔한 그녀의 넓은 궁전에서

지난 이야기, 자식 이야기, 온갖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보리밥 먹기전에 사진부터 찍으려니 인터넷을 안하는 내 친구들이 웃는다.

휴대폰으로 대충 찍고 가져간 디카는 꺼내지도 못한채 예쁜 숙희집이랑

멋진 아파트 주변과 사랑의 교회 강남역 풍경을 하나도 못 찍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서 그동안 어떻게 참았니?...하며 깔깔 댄다.

 

 

 

"사월에 보리밥" 집

쌀밥 둘 보리밥 둘 시켜서 나누어 비벼 먹었다.

 

집집마다 사연이 다르고 희로애락의 부피와 무게가 다르지만

60여년의 세월들이 우리의 주름살을 감추지 못하게 하고

삶을 받아 들이고 표현하는데 서로 의견 차이가 없다.

그래  우리 이렇게 늙어 가자. 내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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