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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쉼터

사랑이 메아리칠 때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 속에만 있는 한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그전 까지는 잘 알지 못했던 친구였었다.

같은 반도 아니였고 같은 취미, 같은 활동반도 아닌

나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친구가 있었다.

 

이순호...

나처럼 이름이 남자같은 친구.

얼굴이 까맣고 눈도 작고 코가 뾰족하고 입술이 얇고 키도 크지 않은 친구.

공부를 썩 잘한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량기도 없고 웃기 잘하는 친구.

 

내 친구 범위는 내 성격처럼 극히 제한되어 있다.

3년 동안을 한 반이였던 국민학교 친구를 졸업후에야 알게 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순호는 외모와 달리 속깊고 정많은 친구였다.

고 3때 친해져서 내가 재수할때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돼 주었는데

일찍 결혼한 순호가 첫딸을 낳고 그 후 나도 결혼을 한후 서로 자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친한 친구였다.

 

내가 큰애를 낳고 얼마후 순호의 남편이 나를 찾아왔다.

그녀가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아무 연락도 없이.....

그 남편은 혹시 내가 순호를 숨겨 주지 않았나 해서 우리집까지 찾아 온것이다.

순호가 자기 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갈만큼 막 되먹은 애가 아니라는 걸

순호 가족이나 친구들은 잘 아는데 그 남편은 막무가내로 순호를 내놓으라는 투정을 부렸다.

 

그 후 계속

순호는 행방불명이였다.

나처럼 막내여서 엄마를 마음 아프게 할 독한 애가 아니건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당시 순호는 지금의 남가좌동 명지대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때 남가좌동은 야산과 밭으로 개발되기 전이라 동네가 외진데였는데

순호의 가족과 친구들은 혹 그 남편이 순호를 어떻게 해버린건 아닌지 의심했다.

후에 들으니 남편이 의처증이 심하고 주벽이 심해서 사는 동안 맘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또 그 남편의 성격이 보기와는 다르게 괴퍅했다고도 하는데

순호는 혼자 그 맘고생을 이겨 보려고 애쓰며 살았다고 한다.

 

순호의 가족들은 순호가 집을 나갔다는 남편의 말만 믿고

경찰에 실종수사조차 의뢰하지 않고 순호가 돌아 오기만 기다렸었다.

 

아직도 순호는 행방불명이다.

지금쯤은 순호 어머니도 돌아 가셨을테고 순호의 존재조차 잊어버렸을게다.

그녀의 딸은 서른일곱살이 되었을텐데......

 

순호가 좋아했던 노래가 바로 이 노래

"사랑이 메아리 칠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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