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주~~~욱 아파서 쉬고 또 쉬는것이 거의 끝나갈 무렵
지난 금요일 오후(1월 6일)
점심으로 야채죽을 먹으며 죽은 오늘로 끝내고 저녁부터는 밥 먹어 보자...하고
죽을 거의 먹어 갈 무렵 작은사위가 전화를 했다.
가은이가 다쳐서 세브란스에서 대기중이예요......
이게 또 뭔 말인가?
어린이집에서 실내 썰매장으로 놀러 갔는데 썰매 타다가 팔이 잘못됐단다.
2년전(15년 9월 22일)엔 팔이 빠져서 그 고생을 했는데
지난번 다쳤던 팔이 이번엔 빠진 정도가 아니라 뼈가 부러져 어긋났다고 한다.
죽 먹다가 가슴이 벌렁 거린다.
바로 수술을 하면 집에 못갈거 같으니 집에 있는 두놈들 좀 봐주시라는.....
뒷설거지도 못하고 대충 챙겨서 길을 나섰다.
5일을 계속 죽만 먹었더니 다리에 힘도 없고 배에 힘도 없어
상체가 자꾸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다.
썰매를 타다 어찌어찌해서 팔이 부러졌고 일산에서 역촌동으로 와서
X-Ray 찍었는데 병원측에서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세브란스에 와서 응급실에서 검사하고 그날 중으로 수술을 해야할 것 같다고 해서
검사하며 기다리는데 소변검사를 해야 그 결과를 보고 수술에 들어간다고...
놀란 가은이는 아파서 울어 대고 놀래서 울어 대고
딸애를 보며 같이 우는 엄마를 보니 두려움과 고통에 무슨 소변이 나오겠나?
결국 수술은 다음날 아침에 하기로 하고 애를 진정시키고
먹을거를 좀 주며 달래서 입원실로 겨우 올라갔다고 한다.
그 어린것이 모진 고통속에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저린다.
집에 있는 두놈들과 대충 저녁을 먹고 어쩌다 보니 늦게야 잠을 자게 됐지만
잠자리를 옮겨서인지 밤새 뒤쳑여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1월 7일) 오전 8시에 수술....
부러진 뼈를 이어줄 쇠핀..만 박아주면 쉽게 끝날텐데
뼈 사이로 근육이 들어가서 결국 7센티 절개하고 핀을 고정하느라
수술시간이 좀 길어졌다.
계속 무서워하는 가은이랑 잠깐 통화했더니
울면서 ...할머니~보고싶어~~를 말하며 그예 통곡을 한다.
애들 점심 먹여 놓고 오후에 가은이를 보러 갔다.
곤히 자고 있어서 안깨우고 기다리다가 한시간쯤 후에 눈뜬 가은이는
눈물은 말랐어도 서러움은 아직도 남아 있어 할머니를 보자 서럽게 운다.
계속 울면 열이 안 떨어진다고 엄마가 말해도 틈만 나면 서러움에 운다.
결국 가은이 달래 주느라 내가 병원에 남고 사위가 애들 저녁주러 갔다
가은이는 월요일(1월 9일) 통깁스하고 퇴원했고 모든 가족들을
종처럼 부려 먹을수 있는 특권이 부여됐고 오빠들까지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평소에도 딸 하나라 온갖 특혜를 누리며 귀여움 받았지만~~
할머니랑 자고 싶어요~~한마디에 나도 기꺼이 승락했으나
내옆에는 안자고 한방에서 아빠옆에서 자면서 하는 말이
한방에서 자는것도 같이 자는것~이라며
나와 내 딸을 침대에서 자라...는 이쁜 여우짓 덕분에.
정말 몇십년만에 모녀가 함께 나란히 누워봤다.
앞으로 6주가 지나야 깁스를 풀수 있다고 하니
가은이는 당분간 왼손잡이 연습을 해야 한다
그 후는 또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틈을 이용해서 10일에 기성이한테도 다녀왔다.
많이 편안해 진 얼굴이다.
그동안 저 자신이 감당 안되어 주위사람을 힘들게 했던거 같다.
이야기하다가 나혼자 울다 왔다.
애 시중 드느라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엄마,
방학동안 여행도 가고 박물관 구경도 하려고 계획 세워 놓은거 허사가 된 오빠들,
평소에도 지독한 딸바보인데 이제는 아예 평생노예계약을 맺은듯한 아빠
틈틈이 얼굴 보여주고 같이 놀아줘야 하는 할머니
가은이는 지금 어느때보다 무섭고 행복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엄마노릇은 공평해야 해서 한번은 작은 딸네서
한번은 큰 딸네서 애들과 같이 놀고 자고 해야 하니
나도 이 방학 행복한 할머니로 손색이 없다.
어제는 큰애네 하은이의 생일이라 하은이가 할머니를 초대해줘서
잠간 병원에서 외출 나온 큰사위까지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자고 가시라....는 애들에게 다음주를 약속하고 돌아 왔다.
아프지만 않으면 얼마나 좋으랴
사고만 안나면 얼마나 좋으랴..............
사랑하는 내 가족들
딸들, 사위들, 손주들........바람이 불어도 살살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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