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잠간동안이지만 눈이 펄펄 내렸다.
어린이집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제일 걱정이 우산이였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우산을 갖고 오려다가 그만 두었는데 어쩌나?
계속 저렇게 눈이 내려 쌓이기라도 하면 집에 어떻게 가나?
할머니다운 걱정을 하며 점심 먹는 사이 눈은 그치고 말았다.
내리는 흰눈을 보며 무작정 밖으로 나가던 때가 그 언제던가?
신종플루때문에 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가고 사망자도 생기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거리는 중에도 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조용했다.
조심스럽고 믿음좋은 부부가 기도하면서 운영하는 곳이라
아이들의 건강이나 학습이나 먹는것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쓰면서
개인의 이득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주밀하게 살피니까
우리 어린이집엔 신종플루도 빗겨가는가 싶었다.
지난 목요일부터 하형이가 장염증세가 있다면서 병원에 다녀오고
주일밤에는 하은이가 열이 오른다고 거점병원에 가서 약처방을 받고 왔다.
하형이는 주일부터는 쌩쌩해져서 이것저것 먹을걸 찾는다는데
하은이한테 아마도 병을 옮겨주지 않았나 싶다.
오늘, 어린이집에 출근해보니 원장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별로 아프지도 않았던 아이 둘이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다는거다.
그래서 어제밤에 원아들한테 일일이 전화해서 확진검사를 받도록 했다고 한다.
등원한 아이들은 고작 일곱명,
어제까지도 괜찮다고 했던 하은이는 설사를 시작했고 미열이 남아 있어
하은이만 확진검사를 받고 왔다고 한다.
어쩌면 하형이가 먼저 플루에 걸렸었는데 가볍게 지나갔고
어린 하은이가 또 플루에 걸린건 아닌지....
하은이 증상도 별로 심각한 편은 아니라는데....
원장이 전화하는 중 한 아이가 또 추가로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에
휴원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울상을 짓는다.
확진 받은 아이들의 상태는 상당히 양호해서 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겁많고 꼼꼼한 원장은 원아엄마들의 다수의견을 따라 휴원을 결정했다.
뜻밖의 휴가가 생긴 셈이다.
마침 왼쪽 손목이 자유롭지 못해 이틀동안 부항으로 자극을 주고 있던터,
며칠 쉬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해야겠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아이들 건사하기가 힘들테고
증상이 호전되기까지 애들 보느라 큰애도 힘들게 되었으니
나 혼자 휴가를 즐기는게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다.
아직도 철없는 나는 내일부터의 휴가에 어디를 갈까를 잠깐 고민해 보았다.
몸도 부실하면서 가긴 어딜 간다고......
쉬는 동안 걷기 운동이나 열심히 하고 싶은데 게으름병때문에 잘 될른지.....
더 어렸을땐 내 썬캡만 보면 울더니 지난 여름 내 썬캡을 쓰고 노는 하은이
새로 산 치약을 자랑하는 하형이
'비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0) | 2009.12.23 |
---|---|
메리 크리스마스 (0) | 2009.12.20 |
돌 잔치 (0) | 2009.10.17 |
명절마다 하는일 (0) | 2009.10.13 |
코스모스와 함께.... (0) | 2009.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