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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하루 하루

4월도 다 간다.

이번 봄은 꽃구경 한번 제대로 못하고 지나간다.

거리에, 교회에, 내 집에 피는 꽃들만 보고도 꽃구경은 족할지도 모르겠다.

 

11일에 큰언니가 미국에서 오셨다.

85세의 노구로 열네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신 건강한 언니시다.

2년전에 다녀 가실때만 해도 시차적응에 문제도 없고

오신 다음날부터 여기저기 친구들 찾아 다니고 쇼핑도 하셨는데

이번에는 예전 같지 않아 거의 매일 집에만 계신다.

 

덕분에 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애들 집에도 잘 안가고

언니가 외출할 때도 대개는 동행할 수 밖에 없다.

걷는 일이 언니한테는 부담스럽고, 외출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려워

가까운 곳 아니고는 언니 혼자 나가지 못하게 한다.

 

언니는 혼자 어디든 다닐 수 있다고 큰소리 치시는데

나는 아무래도 걱정스러워진다. (2년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는데)

 

내가 혹 오래 살아 언니 나이때까지 살게 된다면.....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니만큼 건강한 체질이 아니니 그렇게 오래 살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앞으로 이십여년을 더 살게 된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육십이년동안에도 남들이 안 겪을 일까지 겪으며 살았는데

또 이십여년을 무슨 일을 겪으며 살건가?

주님이 부르실때까지 주님만 바라보며 살리라고 쉽게 말하지만

말처럼 사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지 않은가?

 

나는 어려서부터 빨리 크고 빨리 늙어 빨리 죽었으면......했었다.

마음이 여려서인지 사회적응능력이 떨어져서인지 좀 모자란 면이 있었다.

지금이야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며 사는 믿음을 가졌지만

삶에 대한 나의 대응은 상당히 소극적인 편이다.

 

언니는 고생을 고생으로 생각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 왔고

아직도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살고 계시지만

그런 언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셔야지만 가능한 이야기겠으나

적당한 때 적당히 아프다가 천국에 갈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지난 3월 남산에서 찍은 진달래와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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