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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 이야기

수다 할머니들

 

 

오늘 모처럼의 모임이 있었다.

지난 2월에 한번 만난후 일일여행에서 한번씩 얼굴 보고

다섯명이 함께 만난것이 올해 두번째이자 마지막이다.

 

우리들 만남은 22년전에 시작되었다.

큰애 중학교때 어머니회 임원들로 만나서

그후로 계속 만남이 이어져 오고 있다.

애들끼리는 서로 연락도 하지 않지만....

 

열명에서 다섯명으로 줄었어도 여행을 통해

또 집이 가까운 이유로, 집안 행사로, 가끔 만나기도 했지만

그저 얼굴만 보며 식사를 하는 모임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혜리엄마는 딸만 넷에 손주들이 여덟명

태인이엄마는 사남매에 손주가 여섯

영진이엄마는 삼남매에 손주가 넷

아직도 주방장 일로 바쁜 윤이 엄마도 손주가 셋

그러다보니 전부 애보니스트 하느라 한가하게 만날수가 없다.

 

오늘 마침 윤이엄마가 쉬는날이라 해서 이 해가 가기전에

얼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자 의견이 모아져 만나게 된것이다.

 

태인이엄마가 추천한 경희궁부페.

 

경복궁역 6번출구와 이어져 있는 부페는

하형이 돌잔치때 가보아서 아는 곳인데

점심 식사비가 8,000원이라 저렴하다고 해서 가기로했다.

 

식당으로 들어가보니 우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꽉 찼다. (우리도 할머니이긴 하지만...)

예약을 했기에 망정이지 안그러면 자리도 없을뻔 했다.

메뉴는 노인네들 먹기 좋은 것들이 골고루 있었는데

8,000원 짜리 배부르게 먹으니까 부담이 없어서인지

정말 서울 시내 노인네들은 다 모인것 같다.

오죽하면 사진도 안찍었을까.....

(도무지 사진 찍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 배부르게 먹고 조금 쌀쌀한 날씨지만 소화도 시킬겸

경복궁 돌담길을 좀 걷자고 밖으로 나왔는데

혜리엄마가 배화여고에 가보자고 해서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혜리엄마는 자신과 큰딸과 손녀(고2)가 모두 배화여고 출신이라

학교에서 가족상을 받았다고 한다.

태인이엄마는 큰아들이 배화여고 교사라 친근감이 있어

바쁘다고 먼저 간 윤이엄마를 보내고 네 할머니들이

배화여고로 가서 이곳 저곳 구경하며 다녔다.

 

110년의 역사를 가진 배화여고의 옛건물과

육영수박물관을 지나치고 뒷산에 올라 시내구경도 하고 내려왔다.

 

오늘은 늘 남편 밥시중때문에 바깥출입을 잘 못하던

태인이 엄마가 모처럼 시간을 허락받은 날이라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어울리며 다닌다.

 

우리는 배화여고를 나와 경복궁 돌담을 돌아 청와대앞을 지나

삼청동입구로 나오는 긴~ 산책로를 계속 걸었다.

은행잎이 예쁘게 물들때 왔으면 예뻤겠지만

헐벗은 나무들의 진면목을 보는 것도 나름 멋졌다.

 

아직 수다가 끝나지 않은 네명의 할머니들

내 제안으로 연희동 노란손수건이라는 카페로 갔다.

이 카페는 찻값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곳이다.

내가 내고 싶은만큼 내고 가면 되는 곳인데

차 맛도 좋고 거기에 베이글도 한조각씩 서비스로 나온다.

 

그곳에서 또 두시간을 이야기하고 나와

근처 국수집에 들러 잔치국수 한그릇씩으로 포식.....

국수집에서 또 두시간 수다

손주들이 많다보니 이야기도 길어졌지만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우리의 사명을 잊지 말자는

엄숙한 다짐도 빠지지 않는 실속있는 수다의 날이였다.

 

 

 

 

 

 

 청와대를 줌인해서 찍었다.

 

 

 뒷산에 있는 팔각정

 

 

 팔각정에서 남산타워를 줌인해 보았다.

오늘 날씨가 청명해서 멀리까지 잘 보인다.

 

 

 

나무둥지를 잘라 깔아 놓은듯한 길.

왼쪽은 영진이엄마, 가운데는 혜리엄마, 오른쪽은 태인이엄마

 

 

 

 

 

 

 

눈올때 또 오자고 애들처럼 웃으며 약속했는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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