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었지

선암사...1998

비파. 2015. 3. 30. 21:34

 

1998년 4월 20일 1박2일의 여행.

 

대청봉 산행이후 처음가는 1박 2일의 여행.

4월 20일 오전 7시 05분 서울역에서 호남선 출발

             오전 11시 15분 광주 인근 송정리역 도착

             미리 예약한 15인승 봉고차를 타고 16명이 소록도로 출발

             오후 3시 소록도에 도착해서 한바퀴 돌고 벌교를 거쳐

             오후 5시 낙안읍성으로 들어가 또 한바퀴 돌고

             봉고차로 고인돌 공원, 서재필 생가, 주안댐을 지나

             오후 8시 송광사 입구 민박겸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잠을 잤다.

            

             다음날 오전 7시에 출발 송광사를 지나 조계산을 거쳐

             12시경 선암사에 도착해서 마침 내리는 빗속에서 꽃구경에 취했고

             1시 40분 버스를 타고 순천역에 도착

             역앞 식당에서 너무 멋진 한정식으로 포식하고 오후 4시차로 서울행.

 

이것이 1박 2일의 메모다.

중간 중간 기억이 나는 부분도 있고 잊어버린 부분도 있고....

그럼에도 이 여행은 늘 따뜻하게 기억이 되는 추억의 여행이다.

 

IMF를 전후해서 남편의 사업은 계속 내리막길,

그예 1998년에는 사업장 문을 닫고 남편은 백수로 재기를 계획하고 있던 때고

유학갔던 애들이 차례차례로 집으로 돌아와 소녀가장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여행은 내게 사치였다.

그래서 나는 안가겠노라 마다 했는데 늘 고마운 김권사가

모든 비용을 대신 내주면서 같이 가기를 고집하는 바람에

못이기는 척 따라 나선 여행이였다.

복닥거리는 집을 하루라도 떠날 수 있다는 해방감은 내게 큰 유혹이였기에.....

 

소록도의 고요함속에는 그곳에 거주하는 모든 분들의 억눌린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오후에 들른 낙안읍성은 시간에 쫓겨 제대로 구경도 못했고

송광사는 아침에 길을 재촉하며 지났던 곳이라 별 기억이 없다.

 

그 중 많은 산을 다녀 본 건 아니지만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조계산은

그리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고즈넉한 산행이라

언제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그런 예쁜 산길이였다.

 

선암사로 넘어 왔을때 그 예쁜 꽃들의 향연을 어찌 잊을까....

특히 왕벚나무의 화려함은 너무 예뻤는데.....

사람들도 많지 않고 약한 비까지 흩뿌려 안개인지 비인지

모든 시간이 멈추어 있는 듯 했고 그래선지 제 색갈을 내뿜는

꽃들의 자태가 더 눈에 띄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번주 토요일 4월 4일에 다시 선암사에 간다.

꽃구경 가자고 우리 F4가 모처럼 시간을 모았다.

17년만에 다시 가보는 그곳을 생각하니 좀 설레기도 한다.

물론 그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리라는 생각이다.

사람들도 많아 예전의 그 고즈넉한 분위기는 아니겠지만

때를 맞춰 그 자리를 지키며 아직도 고운 자태를 뽐낼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지 않을까?

 

 

             

사진속에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도 있다.

세월이 그렇게 속절 없다.

그 시절 나도 스트레스 때문인지 살이 많이 쪘었다.

 

 

낙안읍성에서

 

 

한하운 시인의 시비

 

 

 

 

소록도..뒤의 소나무의 전지를 모두 한센인들이 한다고 한다

 

 

고마운 김권사

 

 

 

안쪽에서는 사진을 못찍었다.

 

 

 

선암사의 왕벚나무

 

 

 

와송